내달 6일 통영서 개막식…11일간 11개 극단 11개 작품
이순신·최치원 해석하고 고려 광대·조선 도공 삶 그려

이만큼 실속있는 행사가 또 있을까. 도내 연극 극단들이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준비하는 행사. 바로 매년 이맘때 열리는 경남연극제다.

경남연극제는 경남 최고 연극 잔치이자 전국 단위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 지역 예선이다. 여기서 대상을 받아야 경남 대표로 전국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올해 제38회 경남연극제는 3월 6일부터 17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매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니까, 낮에 통영 여행을 즐기다가 저녁에 공연을 보면 딱 좋겠다.

경남연극협회에 현재 13개 시군지부 17개 극단이 있다. 올해는 이 중에 10개 지부 11개 극단이 11개 작품으로 참가한다. 6일 개막식 특별공연을 빼면 매일 한 편씩 무대에 오른다.

도내 극단들 수준이 전국적으로 봐도 상당히 높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실제 국제대회 금메달 따는 것보다 힘들다고 한다. 경남연극제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경남연극제 대상이면 대한민국연극제에서도 대상 아니면 금상 수준이다. 그러니 극단들이 얼마나 신경을 써서 준비를 할까. 이런 공연을 11일 동안 계속해서 볼 수 있다.

모든 공연은 무료다. 예년처럼 올해도 대부분 공연이 만석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미리 예약을 해두면 마음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 예약 문의는 통영연극협회(055-645-6379)로 하면 된다.

관객들이 미리 내용을 알고 예약할 수 있도록 세 번에 걸쳐 출품작 내용을 미리 살펴본다. 먼저 역사나 전설에서 이야기를 가져온 작품들이다. 경연작은 아니지만 개막공연도 여기에 포함했다.

▲ 제38회 경남연극제 개막공연 <통제영의 바람>./경남연극제
▲ 제38회 경남연극제 개막공연 〈통제영의 바람〉./경남연극제

◇<통제영의 바람>(통영 광도초·통영어린이극단, 작 전혜윤, 연출 제상아)

3월 6일 오후 7시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개막식 특별 공연으로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새롭게 해석한 뮤지컬 작품이다. 주인공 건영이와 친구들이 함께 삼도수군통제영으로 현장학습을 간다. 지루해진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12공방을 헤집으며 돌아다닌다.

그러다 청소부 할아버지에게 잡혀 혼이 나는데, 할아버지는 통제영 안에서 3가지 보물을 찾으면 용서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임진왜란이 발생한 과거로 돌아가 이순신 장군을 만나고 보물의 정체를 알게 된다.

이번 개막 공연은 공연 중에 개막식 행사가 녹아들어 가 있다고 한다.

▲ 극단 장자번덕 <와룡산의 작은 뱀>./경남연극제
▲ 극단 장자번덕 <와룡산의 작은 뱀>./경남연극제

◇<와룡산의 작은 뱀>(사천 극단 장자번덕, 작 정가람, 연출 이훈호)

3월 11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8년 제36회 경남연극제 출품작이기도 하다.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까지 진행된 촛불집회가 작품을 구상하는 큰 계기가 됐다고 한다. 작품은 고려시대 광대들이 주인공이다. 사천 와룡산 설화를 토대로 고려시대 공민왕을 이야기 중심으로 끌어낸다. 공민왕이 천한 광대를 직접 만나 연등회를 준비하면서 거리낌 없이 왕의 자질을 논한다. 사극이지만 이 시대 권력자들을 향한 신랄한 풍자를 담았다.

▲ 극단 이루마 <조선도공 백파선>./경남연극제
▲ 극단 이루마 <조선도공 백파선>./경남연극제

◇<조선도공 백파선>(김해 극단 이루마, 작 김민기, 연출 이정유)

3월 13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해 출신으로 조선 최초 여성 사기장이자 일본 도자기의 발상지 규슈 사가현 아리타에서 도자기의 어머니로 추앙받는 백파선(1560∼1656)에 대한 이야기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휘말려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 도자기 제작 기술을 전파했다고 알려졌다. 극작가는 그가 왜 일본에 갔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사실과 허구를 버무려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 속 정이란 인물이 백파선이다. 고향과 가족, 도자기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정이가 도공인 남편과 함께 전란에 휘말리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시작된다.

▲ 극단 현장 <길 위에서>./경남연극제
▲ 극단 현장 <길 위에서>./경남연극제

◇<길 위에서>(진주 극단 현장, 작 임미경, 윤색 김학선, 연출 고능석)

3월 17일 오후 5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부제가 '천년의 숲'인 이 작품은 함양에 있는 천연기념물 상림과 이 숲을 만든 고운 최치원의 애민정신에 대한 이야기다. 낭만소년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강상민은 국회의원 최성택의 보좌관인 박성호의 부탁으로 최 의원의 자서전 대필을 맡게 된다. 상민이 통일신라 말기 진성여왕에 대한 역사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최 의원은 함양 상림을 만든 최치원의 애민정신을 자서전과 연결해 완성하자고 제안한다. 자서전을 구상하던 상민에게 최치원과 함께 함양의 상림을 만든 이들이 환상처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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