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있는 대학·학과생 외엔 열패감 줘
지역 인재 키우는 데에 도움 될까 의문

'학벌'은 '학문을 닦아서 얻게 된 사회적 지위나 신분. 또는 출신 학교의 사회적 지위나 등급'을 뜻한다. 초·중·고를 거쳐 어느 대학에 입학했는지에 따라 학벌이 결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16년 시행한 '국민, 전문가, 학생 인권의식 조사'에서 차별을 경험한 사유로 '성(12.3%)', '나이(11.6%)' 다음으로 '학력이나 학벌(11.5%)'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왔다. 지난해 KBS가 진행한 2019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우리 사회 차별 중 가장 심한 차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학력 및 학벌 차별'이 33%로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학벌을 중요시하는 학벌주의는 사회에서 공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최근 이러한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도내 6개 군이 인권위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았다. 해당 군은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입학했는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게다가 특정 대학, 특정 학과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 서열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해서 학생들에게 줬다. '서울대 1500만 원, 고려대·연세대 1000만 원, 의예과(의학과, 의학부, 의과대학) 800만 원' 등의 식이다.

군이 나서서 그야말로 이름있는 서울 지역 대학 등에 진학하기를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특정한 대학, 특정한 과에 진학하지 않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는 열패감을 주는 차별 행위다.

해당 군들은 장학재단의 학벌에 따른 장학금 지급 차별에 대해 인권위 진정 조사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농어촌 지역 특성상 생활 형편 등을 고려해 서울 소재 등 수도권 및 관외 대학 진학 시 값비싼 등록금에 조금이나마 지역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생활 지원금 성격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역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지원 목적이 있다' 등등.

하지만, 학생 저마다 다양성을 살리고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 서열에 따른 줄세우기식 장학금 지급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학벌 차별 장학금'으로 특정 대학, 특정 학과가 아닌 선택을 한 학생은 소외된다.

실제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대학 진학 등을 희망하지만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닐까.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가 지역에 대한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지역에서 살아가게 하는 데 '명문대' 진학 장학금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인권위는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진학을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학벌주의를 양산한다며 결정문에 이같이 밝혔다.

'학벌은 출신교가 동일하지 않으면 배제된다는 점에서는 폐쇄적·배타적이고, 능력이나 업적에 관계없이 같은 학교 출신자를 우대한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인 속성주의를 특성으로 한다', '(학벌이 중요하게 작용할수록) 초·중등 교육은 소위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 위주 교육에 치중하게 되며, 대학 간 서열화 및 지방대학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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