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거부하는 아이에 불안 느끼는 부모
독립된 자아 성장 과정으로 인정·이해를

상담 의뢰: 중학교 3학년 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맞벌이 때문에 아이는 어릴 적부터 친정 부모님과 살았습니다. 아이는 활발하고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아이가 조금씩 조용해지고 저와 대화를 잘 안 하려고 해요. 학교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봐도 "별일 없다"면서 방에 들어가 거실에도 잘 안 나와요. 남편은 가부장적인 편이라 평소에도 딸과 대화가 잘 없는데, 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잘해줘서 그렇다"면서 아이를 불러 훈계를 했어요. 딸은 그 이후부터 더 말없이 방에만 들어가 있어요. '중2병'이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지켜보려고 하지만, 혹시 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데 그걸 무심하게 넘기는 부족한 엄마는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적어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자녀 문제로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어머님이 학교 또는 학원에서 자녀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중학교 무렵인 15세는 자녀가 독립적인 인격체로 변화를 원하는, 개별화의 과도기적 시기예요. 보통 이 시기 청소년은 자의식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되죠. 부모와 분리된 독립된 자아가 생기게 되고, 가족과의 경계는 더 단단해지게 되죠.

자녀분은 본인에게 관심을 두길 원하지만, 간섭하지 않고 온전히 존중해주기를 원해요. 아마도 자녀분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므로 부모의 관심을 간섭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또한 자녀분이 상상하는 본인만의 세계가 커지고, 그 세계에는 부모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자녀분이 느끼는 불안·우울·분노의 감정들은 아마도 그러한 변화에서 오는 자기 갈등 때문으로 보여요. 자녀분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절제력이 부족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에요. 부모님이 불안해하거나 잘못된 부분만을 가르치려고 하면 자녀분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어요.

부모님이 이 시기를 온전히 견디어 주는 것이 중요해요. 영국의 정신분석가 비온(Bion)은 "부모의 역할은 그런 점에서 담아주는 그릇(container)이다"라고 했어요. 자녀들이 정제되지 않은, 본능에 가까운 감정을 부모에게 쏟아내면 부모님은 그것을 이해해주고 감당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자녀분이 성장할 수 있고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끼게 돼요. 자녀분이 지금 겪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품어주는 부모님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렇지만, 부모님이 자녀분의 감정을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조언과 격려가 필요해요.

자녀분의 변화를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실 이유는 없어요. 자녀분과 부모의 관계는 단절될 수 없고 관계 형태가 조금 변화하는 것뿐이에요. 오히려, 중요한 점은 자녀분에게 관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자녀분의 경우는 조심스럽게 관심을 더 표현해야 할 것 같아요. 자녀분이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두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할 듯해요. 이런 노력을 통해 자녀분이 부모님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원망·분노의 감정도 줄어들게 될 거예요. 부모님이 사춘기 자녀와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녀분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꼭 잊지 마세요. 항상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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