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중 고령자 68%…도내 128개 요양병원 면회 제한
신세계요양병원, 정부지침 전부터 전수조사 등 '경계'

코로나19(COVID-19) 국내 확진 환자 31명 중 21명이 65세 이상 고령인 가운데, 요양병원·요양원은 감염병 확산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외부인 출입을 최대한 막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세계요양병원은 진작부터 면회객을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신세계요양병원의 선제 대응 초기에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보호자의 불만을 샀지만, 지금은 "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9·30번 환자(부부 사이)는 국외 여행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력도 확인되지 않는 '감염망 밖의 환자'다. 정부는 29·30번 환자의 판단 결과와 별개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선제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방역 관리 대책을 세우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강화한 대책 중 하나가 요양병원 관리 강화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해 노인 입원 환자가 대다수인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중국(홍콩·마카오 포함) 등 특별입국절차대상지역 여행 이력이 있는 종사자와 간병인에 대한 업무 배제 여부 등을 전수 조사한다.

▲ 신세계요양병원 입구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체온 검사를 하고 있는 의료진. /김구연 기자
▲ 신세계요양병원 입구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체온 검사를 하고 있는 의료진. /김구연 기자

건강보험공단 지사는 17·18일 이틀간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폐렴 환자 여부와 조치 내용, 면회객 제한 여부 등을 점검했다.

도내 128개 요양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경남도 지침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면회객 제한, 의심 환자 업무 배제 조치를 하고 있다. 도내 요양병원 중 병상 수(614개)가 가장 많은 신세계요양병원은 정부 지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안전한 병원 환경 유지' 태세로 전환했다.

신세계요양병원이 국내 확진 환자 발생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270여 명 직원과 간병인 국외 여행 이력 조사다. 여행 예정까지 조사해 계획을 취소하거나, 중국 여행 시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안내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경남을 강타했고, 당시 신세계요양병원의 대응 지침이 이번 빠른 대응의 바탕이 됐다.

백둘이 신세계요양병원 원무팀장은 "대형병원도 이 정도로 관리하지 않는데 요양병원에서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민원이 초기에는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환자 보호가 우선이었다. 병원 대응을 보호자에 설득하려면 직원부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이 병원 부장들은 부서 직원이 연차를 쓸때는 행선지를 밝히고 갈 것을 주문하고 동선을 파악해 취합하고 있다. 또 병원은 취약 계층을 관리하는 직업 특성을 강조하며, 전 직원에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공항·영화관 등) 출입 자제와 철저한 손 위생을 당부하고 있다.

신세계요양병원 측은 주보호자 1인 외 면회를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방문객은 병원 입구에서 체온 측정과 함께 관리대장 작성에 동참해야 한다. 관리대장은 방문 날짜와 이름·연락처·환자와의 관계 외에도 코로나19 위험지역이나 공항을 이용한 적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병원 측이 제시한 위험 지역은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한 서울·경기도·강릉·군산·익산·제주도까지 포함됐다. 병원에 등록된 주 보호자라 할지라도 면회 허용시간에만 출입할 수 있고 시간은 2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병원은 환자 가족 불안을 줄이고자 환자 상태 변화를 보호자에게 수시로 문자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 신세계요양병원 전경.  /김구연 기자sajin@
▲ 신세계요양병원 전경. /김구연 기자sajin@

서영리 환자안전관리(QPS)팀장은 "2월부터 호흡기·인후통·발열 증상이 있는 외래환자는 병원에서 진료하지 않고, 선별안내소로 안내하고 있다. 경남에는 확진 환자도 없는데 너무 대응이 지나치다는 말도 듣고 있지만, 병원 방침은 환자 안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안전이 직원 안전을 보장하고,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멸할 때까지 다소 엄격하게 병원 환경을 유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백 팀장은 "우리 병원은 2월부터 목욕·이용 등 봉사자들 출입도 금지하고 있다. 직원은 이동 경로 등이 파악되지만, 봉사자 등 외부인 이동 경로까지는 꼼꼼하게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봉사자들 도움이 없어 타 부서 직원까지 동원해 환자들 생활·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직원 업무가 가중돼 한계치에 이르기 전에 바이러스가 소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요양병원, 진해드림요양병원 등 대부분 요양병원은 2월부터 보호자 면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한편, 경남도는 노인성 질환으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보살피는 요양원에도 면회 자제·의심환자 병원 출입 불가 등 요양병원 관리 지침을 전달하고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도내 요양원은 24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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