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시정 권고 6곳 외
양산·함양·김해서도 시행
고성군 올해부터 기준 변경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부터 차별 시정을 권고받은 경남 도내 6개 군 외에 양산시·함양군·김해시 등 3개 시·군도 학벌에 따른 차별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문대 진학 장학금 추가 확인 = <경남도민일보>가 도내 전체 시·군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의령군, 남해군, 창녕군, 하동군, 합천군, 산청군 외에도 양산시·함양군·김해시 장학재단도 학벌에 따라 장학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거나, 학벌을 우선으로 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 (사)함양군장학회가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진학 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은 대학 진학 장학생 중 '양산사랑 장학생 우수대 진학 장학생', '우수대학 진학 장학생' 이름으로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진학 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양산사랑 장학생 우수대 진학 장학생' 선발 기준은 중학교 3학년 때 '양산사랑 장학생'으로 선발된 자 중 고등학교 성적 상위 10% 이내를 유지하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의대·치대·한의대, 부산대, 이화여대에 진학하는 학생이다.

해당 학생에게는 학기별 200만 원 이내로 4년간(1600만 원) 장학금이 지급된다. '양산사랑 장학생'은 중학교 3학년 재학생 중 1, 2학기 성적을 합산해 상위 3% 이내인 학생이 선발 대상이다.

'우수대학 진학 장학생'은 학부모와 학생이 양산시에 3년 이상 거주하면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또는 치대, 의대에 진학한 자가 대상이다. 1년에 200만 원씩 4회 800만 원이 지원된다.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해 장학금 5억 9500만 원(587명) 중 양산사랑 우수대 신입생, 재학생 61명에게 1억 1400만 원, 우수대 진학 장학생 36명에게 7000만 원을 썼다. 장학금 총액의 3분의 1가량을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 진학한 학생에게 지급한 셈이다.

양산시인재육성장학재단 관계자는 "'양산사랑 장학생 우수대 진학 장학생'은 예산 등의 이유로 2021년 이후에는 뽑지 않으려고 계획했다. 타 시·군 장학재단에 대한 인권위 권고 내용을 확인했다. 앞으로 이사회 안건으로 '학벌 차별 장학금'을 상정해서 관련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사)함양군장학회는 대학생 장학금으로 서울대 입학생(재수생)·재학생(학점 C+ 이상), 카이스트, 포항공대, 육사, 해사, 공사, 경찰대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준다.

서울대 학생에게 상반기, 하반기 연 2회 입학금, 수업료를 4년간 지원하고, 서울대 이외 학생에게는 서울대 1학기 등록금(300만 원)에 상당하는 장학금을 1회 지급한다.

함양군장학회는 지난해 서울대 재학생 2명에게 1524만 원, 고등학생 92명에게 성적 장학금 7300만 원을 사용했다.

장학회 관계자는 "내달 4일 이사회를 할 예정이다. 올해는 지난해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번 이사회에서 인권위 권고 내용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재)김해시인재육성장학재단은 대학 신입생 장학생 선발 시 '명문대(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고·연대)를 우선 선발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

김해시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해 대학생 63명, 고등학생 73명 등 총 136명에게 2억 200만 원을 지급했다.

재단 관계자는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다 장학금을 주는 게 아니다. 부모 합산 재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내신성적 등을 토대로 선발하되 점수가 비슷하면 '명문대'를 우선선발하는 것"이라며 "인권위 학벌주의 지적이 우리 재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른 시·군과는 차이가 있다. 상반기에 이사회가 열린다면 명문대 우선 선발 기준 부분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라고 밝혔다.

◇고성군, 차별 지적에 장학금 기준 개선 = (사)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는 지난 2019년까지 '학벌 차별 장학금'을 지급하다 문제를 지적받고 올해부터 지급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에는 '우수대학 입학 학생 장학금'이 있었다. 학교장 추천을 받은 '서울대 입학자, 미국 종합대학(University) 입(전)학자'에게 500만 원,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성균관대, 의예과, 한의대, 미국 단과대학(College) 입학자'에게 300만 원, '이화여대, 한양대, 중앙대, 서강대, 경희대 입학자'에게 100만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장학금 총액 1억 4790만 원(291명) 중 '우수대학 입학 학생 장학금'으로 2700만 원(9명)이 쓰였다.

올해는 '우수대학 입학 학생 장학금'을 없앴다. 대신 기존에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한 '대학입학 성적 우수학생 장학금'을 통합한 '고등학교 졸업성적 우수 장학' 항목을 신설했다. 졸업성적 5% 이내 학생(35명 선발 예정)에게 차등없이 200만 원을 지원한다.

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고등학교 학부모 간담회 등을 통해 장학금 선발 기준을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 2018년 '학벌 차별 장학금'에 대한 인권위 진정을 봤다.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불합리한 기준을 고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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