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재시 통합당 타격 불가피
민주, 조국 대 반조국 공천앓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각 당이 4·15 총선 후보 공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승민(통합당) 의원의 향후 행보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여야 승패를 가를 새 이슈로 떠올랐다.

17일 옛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세력이 뭉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했지만, 왠지 힘이 빠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번 통합의 주역이자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출범식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통합 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회동도 무산됐기에 예상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배경 짐작도 어렵지 않다. 새보수당 출신으로 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선임된 이준석 위원은 18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아직은 참여를 보류함으로써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지점이 있다"며 "개혁보수 등 (유 의원이 제시한) '3원칙'(탄핵의 강 건너자, 개혁보수 하자, 새집 짓자)이 어떻게 관철되는지 지도부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지난 9일 한국당과 합당 추진 및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로지 개혁보수를 이룰 공천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라며 "'도로 친박당'이나 '도로 친이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 의원의 부재 또는 소극적 결합은 통합당 총선 전략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영남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유승민 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남보다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은 유 의원의 존재감을 의식한 발언이다. 미미한 지지율이라도 3~5%p 차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조국백서추진위원회'의 필자였던 김남국 변호사는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추가 공천 신청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조국백서추진위원회'의 필자였던 김남국 변호사는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추가 공천 신청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개혁 공천을 바라는 유 의원의 태도는 양산 을 등 경남지역 출마를 노리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에 대해 "너무나 결핍사항이 많다. 도저히 보수의 품격을 유지할 수도 없고, 보수대표라고 부끄러워서 내놓을 수가 없다"고 혹평했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 다수파인 친박계는 물론 홍 전 지사 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개혁 공천에 대한 평가도, 유 의원의 향후 선거운동 결합 여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쪽은 수그러든 줄 알았던 이슈가 예상치 않게 불거져 당 안팎을 흔드는 형국이다.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된 조국 전 장관을 평소 옹호해왔던 김남국 변호사가, 반대로 조 전 장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금태섭(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 갑에 전격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금 의원은 친문 인사 및 누리꾼들로부터 '빨간 점퍼 입은 민주당 의원'이라는 비난을 받아왔고, '나꼼수'로 유명한 정봉주 전 의원은 아예 금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다가 자신의 과거 성추행 의혹으로 공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지난해 9월 열린 조 전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비판받는 것은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불일치와, 우리 편을 대할 때, 다른 편을 대할 때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상처를 깊게 낸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나"고 지적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조국 대 반조국' 구도로 당내 공천이 진행될 경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중도·무당층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총선 당시 '반대세력 찍어내기' 공천으로 참패를 자초했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친박세력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시각까지 있다.

금태섭 의원은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전 장관 문제는 지나간 일이다. '조국 수호' 이슈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자칫 유권자에게 저희가 하는 일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오만한 자세로 비칠 수 있다"며 "절대 다수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이 자기 교정능력을 가져야 한다. 좀 더 겸허하게 잘못과 판단 착오를 인정하는 자세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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