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아이·우리집 중2 다를 바 없는데
품어줘야 한다는 걸 어른들은 왜 모르나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일까? 반대로 내가 성장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중2. 각설탕 몰래 꺼내 먹다가 잘못해 유리단지를 깼다. 엄마에게 먼지떨이로 열다섯 대 맞았다. 동생은 이내 잘못했다고 비는, 현명한 처신으로 한 대 맞고 끝났다. 나는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아 꿇어앉은 채 허벅지를 계속 맞았다. 엄마는 악마처럼 화를 냈고 나도 그에 대항하는 악마가 되어야 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는 가출이었다.

중2. 막내가 이제 중2가 되었다. 첫째도 중2 때 홍역을 치렀다. 둘째 역시 심하진 않았지만, 중2병을 앓았다. 아이들은 나를 '악마 아빠'라고 했다. 내가 중2 때 엄마를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중2병. 대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자아가 폭발하듯 형성되면서 자기중심적 생각이 강해지고 간섭받기 싫어한다. 나도 알 건 다 안다는 신호를 반항으로 드러낸다.

감히 말도 붙이기 조심스러운 막내에게 엄마 병문안 핑계로 차에 태우고는 범숙학교 뮤지컬 보러 가자고 했다. 미리 말했으면 차에 타지도 않았을 것이 자명했기에 나로선 궁여지책이었다. 막내의 반항은 의외로 심하지 않았다. "난 뮤지컬만 보면 잠이 와. 그러니까 내가 옆에서 자도 아무 말 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해놓고 뮤지컬 <마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뮤지컬 <마미>는 방황하는 청소년과 엄마의 갈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아이는 엄마의 모든 말, 숨소리조차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짜증을 낸다. 엄마는 자기 인생보다 더 소중한 자식이기에 아낌없이 주려 하는 데도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아이가 안타깝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게 안쓰러워 "엄마가 미안해"라고 하면 아이는 그게 더 싫다. 엄마의 처지에서 보면 아이의 이러한 행동은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은 그게 아니다. 엄마의 사랑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시기에 어른들의 문제로 가정이 해체되면 아이는 더욱 기댈 곳을 잃게 된다. 부모의 이혼, 가정폭력은 아이를 밖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 몰린 아이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뮤지컬 <마미>를 훌륭하게 연기한 범숙학교 아이들은 맑았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과거는 보이지 않았다. 방황하던 아이들을 범숙학교 같은 단체가 받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9월 착공하기로 했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창원시립여성청소년전용쉼터'가 인근 학교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학부모들의 눈에 다른 집 '위기의 청소년'은 악성 바이러스로 보였을까. 내 눈엔 그 아이들이 우리 집 '위기의 청소년'과 전혀 다를 바 없는데 말이다. 품어주지 않고 배척해버리면 결국 나중에 '위험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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