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역사의 첫발을 오스카 4관왕으로 내디딘 한국영화. 그 감격스러움은 더 말해 무엇할까. 그런데 <기생충> 못지않게 지구인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 것이 있다. <조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기생충>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제인 폰더의 '옷 한 벌'이다.

두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인권운동을 실천하며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졌다. 아카데미 무대에 입고 올랐던 검은 턱시도와 붉은 드레스도 '불필요한 소비 하지 않기'의 실천이다. 지난해 말 집회에서 제인 폰더는 '더는 옷을 사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려 당시 입었던 붉은 코트와 2014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입었던 붉은 드레스를 이번 시상식에서 재활용했다. 호아킨 피닉스도 지난해부터 여러 시상식에 참석하는 동안 같은 턱시도를 입었다. 그 또한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오스카 수상소감은 이후 내내 회자하고 있다. "젠더 불평등이나 인종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든, 원주민의 권리,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말하든 우린 불의에 저항하여 싸우고 있습니다. 우린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 그것을 침범하고 착취합니다. 우린 소를 인공수정 시킬 권리가 있다고 느끼고, 어미의 울부짖음에도, 송아지를 훔치며, 송아지의 몫인 우유를 가져다 우리의 커피와 시리얼에 넣습니다. … 하지만 인간은 매우 창의적인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와 환경을 위해 유익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 벌의 옷을 만드는 데에 많은 자원이 소모되고 많은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는 차별과 착취를 부른다. 호아킨 피닉스와 제인 폰더에게는 옷 한 벌이 결국 '함께 살기'의 시작인 셈이다.

새 계절이 다가온 지금. 새 옷을 사러 나설 계획이 있다면 그 전에 생각해보자. 나에게 이 옷 한 벌은 무슨 의미인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