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존속 이유 중 첫째는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래서 세금을 내고 병역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는데 모자란 부분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국민을 적으로 하여 처참하게 생명을 앗기도 하였다. 정부 출범 초기의 4·3항쟁을 비롯해 5·18민주화운동의 폭력 진압 등 그 사례는 너무나 많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는 과거사위를 출범했고 진실과 화해위를 통해 국가폭력의 실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많이 늦었으나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다. 하지만 국가가 국민을 폭압한 과거를 반성하고 희생자들의 권리를 회복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보도연맹 사건은 국가가 조사하고 공개 후 사죄해야 함에도 아직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번에 마산보도연맹 사건이 7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전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첫 출발이 되어야 한다.

보도연맹 사건은 그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공산주의, 사회주의자를 계도한다는 미명하에 전국 군 단위에 보도연맹을 설치하였다. 하지만 선별 과정에서부터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 아닌 이들도 있는 등 문제가 있었으며, 특히 민주주의와 공화정으로 출범한 대한민국에서 추호의 명분도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후퇴하는 이승만 정권에 의해 재판 없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충청 이남에서만 수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마산 보도연맹에서도 400~500명이 희생되었는데 시·군마다 벌어졌으니 오히려 적게 잡은 것일 수도 있다. 희생자와 그 가족이 받은 피해는 국가가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 묻게 한다.

이번에 마산보도연맹 희생자 6명이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국가는 전체 보도연맹사건 실체를 조사·공개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주의와 사상이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억울한 죽음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과거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명예 회복과 배상 관련법이 제정되어 이 땅의 억울한 죽음이 종지부를 찍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국민 앞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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