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입국 후 '2주간 칩거'
"집 밖 나오니 기분 정말 좋아 중국 학부모 한국 대응 호평"

"창원 가로수길 너무 걷고 싶었어요."

경남대학교 대학원 학생이자 대외교류처 직원인 배대용(35) 씨는 지난달 30일 부인과 함께 중국에서 입국했다. 입국한 날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부인과 함께 집에 갇혀(?) 지내다가 17일 학교에 첫 출근했다.

"2주 동안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어요. 평상시라면 매일 오후 5~6시 운동을 하는데, 집에서 체조하는 걸로 만족했어요. 하루 한번 환기하고 필요한 모든 물품과 도시락은 인터넷 배송을 시켰어요."

공항에서 집까지 오는 택시 안에서 중국인이라고 하니 택시 기사가 싸늘한 반응을 보였지만, 배 씨는 기사의 표정이나 행동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배 씨 역시 긴장이 됐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혹여 감기에 걸릴까 봐 보일러를 세게 틀었으니 말이다.

중국 춘제 연휴기간이 연장됐지만, 배 씨는 중국 유학생 관리 업무 때문에 서둘러 한국으로 왔다. 자가 격리 중에도 중국 유학생들에게 한국 정부와 대학 방침을 알리는 등 업무를 이어갔다.

"자가 격리가 해제되고 17일 첫 출근했습니다. 얼마나 일을 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아침에 대학까지 걸어오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집에서 일하며 정신없이 보냈지만,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답답함은 있었어요. 격리 해제된 지난 주말 창원 가로수길도 맘껏 걷고 책도 읽었어요."

▲ 중국인 배대용 경남대학교 대외교류처 주임이 17일 사무실 앞에서 손소독을 하고 있다. 배 주임은 경남대학교 박사과정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김구연 기자 sajin@
▲ 중국인 배대용 경남대학교 대외교류처 주임이 17일 사무실 앞에서 손소독을 하고 있다. 배 주임은 경남대학교 박사과정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김구연 기자 sajin@

배 씨는 중국 산둥성 사람들의 일상도 전했다. 중국은 1가구당 1명만 외출해 생필품 등을 구매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체포돼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며칠에 한 번 어머니가 외출해 장을 보고 옵니다. 집을 나서면 몇 단계 방역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소독액이 안개처럼 분사되는 3m 공간을 들어갈 때와 나갈 때 통과해야 합니다. 아직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에서 의심 환자가 나오지는 않아 다행이에요."

대학 개강 연기 등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취하는 각종 대책을 중국인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배 씨는 중국인 학생 학부모들이 한국 정부와 학교의 신속한 대응에 불만을 가지기보다 안심이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유학생 학부모들의 가장 많은 질문이 자녀가 한국에서 의심 환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격리 기간 식사 등 일상적인 부분입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 등과 연계해 검사·치료하는 체계, 학교 학생 관리 계획을 설명하면 대부분 안심된다고 해요."

배 씨는 신학기를 앞두고 대학이 중국 유학생 관리에 비상이 걸려 당분간 바쁜 날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이해가 됩니다. 학생들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 내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저 오늘 야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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