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4분 33초'

'4분 33초'는 미국 음악가 존 케이지가 1952년 발표한 작품이다. 이 곡은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가 악장마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닫을 뿐 연주를 하지 않는다. 피아노 소리 대신 바람 소리, 숨소리, 관객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담겼다. 악보에는 악장마다 타셋(Tacet·침묵)이라고 적혀있다.

통영시 용남면에 위치한 음악감상실 '4분 33초'는 타셋펜션 1층에 있다. 클래식 애호가인 고봉균(45) 사장은 "4분 33초 동안 (이용객이)충분히 쉬고 주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존 케이지 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 사장은 지난 2014년 펜션 지하 1층에서 시작된 클래식 감상 동호회 활동이 계기가 돼 2018년 음악감상실을 만들었다. "원래 클래식 감상법, 매너, 역사 등을 강의하다가 회원수가 20명이 넘다보니 자연스레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연주자에 욕심을 내다보니 1층에 음악감상실을 만들어 그랜드피아노를 넣고 이것저것 꾸미기 시작했다."

펜션 이용객이 아니라도 입장료 1만 원만 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고 사장이 소유한 LP·CD·DVD 등 1만 장 중 5%가 음악감상실에 비치됐다. 이용객은 음악감상실에 마련된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며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 된다. 클래식·재즈·팝·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스피커와 앰프는 다인오디오와 아큐페이스 브랜드다. 고 사장은 "사람들이 책도 읽고 공연도 보고 음악도 감상하는 '접근이 편한 공간'이다"고 말했다.

▲ 통영 4분 33초에서 열린 행사. /고봉균
▲ 통영 4분 33초에서 열린 행사. /고봉균

△진주 '르 몽트뢰'

어릴 때 홀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겨 듣던 하정호(35) 씨는 지난해 진주시 동성동에 '르 몽트뢰'를 열었다. 가게 이름은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재즈페스티벌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따왔다. 이곳은 차나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하 사장은 음악 덕후다.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LP 음반을 모은다. 지난주에 전화통화를 한 그는 "다음 주에 뉴욕으로 '디깅(Digging·LP판을 고르고 수집하는 것)하러 간다"고 말했다.

르 몽트뢰에는 LP 4000장과 카세트 테이프가 있다. 창고에 있는 것을 포함해 하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LP는 1만 장, 카세트 테이프 300개 정도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LP와 카세트 테이프를 교체해 다양한 음악을 손님에게 제공한다.

하 사장은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60%가 재즈고 나머지는 날씨나 손님 연령대에 맞춰서 레게, 힙합 등을 튼다"고 말했다.

▲ 진주 르 몽트뢰 내부. /르 몽트뢰 인스타그램
▲ 진주 르 몽트뢰 내부. /르 몽트뢰 인스타그램

그가 르 몽트뢰를 연 이유는 "좋은 숍들은 왜 서울이나 부산 대도시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그래서 지역분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피커는 제이비엘(JBL) 4343. 그는 "오디오는 차나 카메라처럼 장비로 끝이 없다. 우리는 (오디오에 대한 욕심을)어느 선에서 멈추고 음반에 집중한다"며 "손님들이 접하지 못한 음악이나 유명하지 않은 음악을 세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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