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영달 위해 떠났다 지역총선 출마
전략·전술 판치는 '선거 만능'후유증

양산 을 선거구가 서울 종로와 함께 총선 정국의 양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17일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이 바뀐다) 공천위원장이 한 말 '절반의 수확'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창녕을 떠나 양산 출마를 확인해주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터진 포문은 여당 소속인 현 양산시장의 사법 진행 절차를 신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하는 강공책으로 개시됐다. 시작부터 흠집 내기에 올인한 것이다.

김두관 대 홍준표. 그 무대가 막을 열려고 한다. 두 사람은 나란히 직책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경남지사 출신이다. 전력이나 명성을 각기 다른 언덕에서 쌓아 올려 이질적이기는 하나 명백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도민들이 부여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를 감행한 약속 불이행의 죄업을 가졌다. 또 하나 닮은 점은 그 같은 배반의 역사가 두 사람 모두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 위해 쓰였다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아무도 그 야망을 달성치 못한 채 실의를 곱씹으면서 이제 좁은 선거구에서 사활을 건 마지막 배수진을 치기 위해 돌아와 마주 보고 섰다. 도민들은 기억한다. 그들의 중간 사퇴로 임명직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는 도정 공백 상태가 얼마나 오래 이어져 왔는지를 말이다.

말하는 대로 양산이 야당의 입장에서는 정말 험지가 맞기는 한가.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배경이 간단하게 재단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보수성이 강하고 선거 때마다 두드러진 투표 경향을 보여온 경남의 한편인 양산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험지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절반의 수확이라는 유사 신조어가 회자하는지 알 수 없다. 또 한 사람, 자유한국당 후보인 김태호 전 지사는 소신주의가 더욱 공고하다. 일설에는 창원 성산구로 진로 변경을 꾀하고 있다지만 그 지역의 정치 상황에 비춰 거창 출마론을 고수하는 버티기 작전이 더 실리적일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서울 험지 기피도, 고향 사수도, 결국은 전략과 전술이 판치는 선거 만능의 정치풍속도가 빚어내고 있는 후유증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가. 각각의 당해 지역에서 돌아올 4년을 기다리며 손발이 다 닳았을 준비된 나머지 후보들은 그러면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일인가. 이래저래 빚어질 불복의 순간들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3인의 전직 도지사가 동시에 지역 총선에 등장하는 광경은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그것도 직접 바통을 주고받은 직전의 도지사들인가 하면 한결같이 대선군에 포함되는 거물급 정치인들이라니, 경남의 자산치고 그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자위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련만 그렇지 않다. 떠난 지도 오래됐고 지역발전에 훈수 한번 보내는 법이 없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염치없게 다시 한번 고향 바라기를 외치고 나섰으니 감동은커녕 정치 혐오증만 커질 판이다. 그것도 온갖 수사를 동원, 너 죽고 나 살기식 진흙탕 싸움을 면치 못할 터이니 볼썽사납기 짝이 없을 것이다. 4월 선거전의 자화상이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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