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벽 높고 성 안의 특권은 큰 한국
정당도 학벌도 기업도 모두 개혁해야

미래한국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이 5명의 국회의원을 확보함으로써 5억 원 넘는 국고보조금을 가져가게 되었다. 실제로는 독립된 정당이 아니므로 일종의 꼼수다. 하지만 이런 꼼수가 가능했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다.

현재 국고보조금 제도는 기존의 거대 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분기마다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은 교섭단체에 50%를 우선 배분한다. 그리고 5석 이상의 정당에는 5%를 배분하며 5석 미만 정당은 2%를 배분한다. 나머지는 다시 의석 비율로 배분한다.

결과적으로 교섭단체인 정당에 대부분이 배분되고 5석 이상의 정당에 일부 배분되며, 그 외의 정당은 거의 받는 게 없다. 이런 식으로 1년에 400억 원이 넘는 돈이 매년 지급된다.

애초 정당에 국고보조금, 특히 경상보조금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다. 선거공영제라는 차원에서 선거비용에 대해 보전을 해주는 나라들은 꽤 있다. 하지만 선거비용이 아닌 정당의 일상적인 경비에 대해 경상보조금을 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정당의 일상 경비는 당원들의 당비나 자발적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존 거대 정당에는 외국에는 거의 없는 특혜를 주면서, 신생 소수 정당의 설립이나 활동은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정당을 설립하려면 5개 이상의 광역자치단체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야 하며 중앙당은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해서 지역정당이 불가능하다.

평소에는 따로 활동하다가 선거 때는 연합해서 하나의 정당 이름으로 선거를 치르는 연합정당도 불가능하다.

외국에는 이런 규제가 거의 없고 정당의 설립이나 활동이 매우 자유롭다. 대신 정당의 일상 경비는 거대 정당이건 소수 정당이든 모두 당비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반면 한국은 소수 정당의 진입이나 활동은 대폭 제한하면서, 기존 거대 정당에는 일상 경비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해 준다.

결국 진입을 제한하는 관문은 매우 높은 대신 일단 그 관문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큰 특권을 누리게 된다.

정당만이 아니라 한국의 다른 분야도 대부분 그러하다. 성 안과 성 밖의 격차가 너무 커서, 좁은 관문을 통해 성안에 들어간 이들의 특권은 지나치게 많고, 거기서 배제된 이들에 대한 차별은 극심하다.

인서울 명문대와 지방대로 서열화된 학벌 체제, 공공부문 및 대기업의 정규직과 중소기업 내지 비정규직으로 나눠진 노동시장, 전체 숫자는 늘리지 않고 기존 면허자의 처우는 높은 각종 전문직 등등 이런 사례는 숱하다.

게다가 성안 사람들의 탐욕도 심하다. 돈과 권력, 명예 중 일부만 가져도 충분함에도, 일단 성안에 들어가고 나서도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강남 건물주라는 돈과 장관이라는 권력과 명문대 교수라는 명예 등 어느 것도 포기하기 싫었던 조국 일가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엘리트들은 자신의 탐욕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특권의 폐지나 관문을 넓히는 데 소극적이다. 성을 허물지는 못해도 문턱이라도 낮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사회의 제도적 개혁 대부분은 각종 특권이나 지나친 혜택은 줄이는 대신 문호는 넓히는 것이 그 핵심이다.

정당의 국고보조금만이 아니라 학벌이든, 직장이든, 전문직이든 모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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