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개정안 국회 표류
"실질적 명예회복 이어져야
배상·보상 관련법 제정을"

마산지역 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무죄 판결과 관련해 진실 규명 활동 연장과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위한 관련 법 재·개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진보연합 등 14개 단체는 지난 14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박영조 씨 등 6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 재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무죄 판결에 대해 환영하며 "앞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개정해 진실 규명 활동을 재개하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등의 명예회복 보상에 관한 법 제정으로 실질적인 명예회복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남도와 창원시는 희생자를 위한 위령탑을 세우고 추모공원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도 진실·화해위 관련 법 개정과 배상·보상 관련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1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 법률 제·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국회에는 2018년 12월 진실·화해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처리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진실·화해위가 4년 더 활동하도록 연장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 마산지역 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유족과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앞에서 마산보도연맹 재심사건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마산지역 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유족과 시민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앞에서 마산보도연맹 재심사건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이 짧았던 탓에 활동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진실·화해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5년 12월 활동을 시작해 2010년 12월 31일 해산했다. 1년간 신청을 받고 이후 3년간 조사하는 방식으로, 1만 1175건 가운데 8450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528건은 규명 불능, 1729건은 각하 처리했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마산지역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400~500여 명이 영장 없이 수감됐고, 141명이 사형됐다고 규명했었다. 그러나 당시 마산형무소에 수감된 이들이 1681명이라는 증언도 있다. 유족들은 많은 이들이 제때 신청을 못 해 규명을 받지 못했다고 하고 있다.

지난 14일 마산지원 재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서도 애초 희생자 7명의 유족이 재심을 청구했으나, 1명은 진실·화해위로부터 규명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도 사례다. 다만, 이번 재심 판결을 받지 못한 1명은 무죄를 선고받은 다른 6명과 공범이라며 사형됐으므로,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아야 한다며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현재 마산지역 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유족 중 대법원 재심결정을 기다리는 인원은 17명이다. 마산지역을 제외하면 부산에서 1명이 재심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민간인이 학살됐음에도 재심 사건이 제기되거나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노치수(73)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회장은 오랜세월이 흘러 유족들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은 "민간인 학살 사건은 오래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족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다른 피해 유족들도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은 국가 권력에 의해 전국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기 위해 조직된 관변단체였으나 조직 확대 과정에서 정부가 보도연맹 의무가입대상을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바람에 좌익과 관련이 없는 주민들이 강제로 가입되거나, 본인도 모르게 가입되기도 했다.

군과 경찰은 1950년 6월 말부터 9월께까지 전국의 국민보도연맹원 수 만 명을 살해했는데, 아직까지 그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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