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급여·특권 포기하고 변화 앞장
골프장 시설 개선…작년 8년 만에 흑자"
가장 고생한 직원 복지 향상에 힘쓸 것"
프로골프 투어 경기 유치 의지도 밝혀

창원시 의창구 봉림동에는 창원컨트리클럽이 있다. 독특하게 회원권 소지자가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누적 적자가 7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8년 만에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다. 송부욱(71) 대표이사는 2015년 3월 대표로 선출된 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의 변화를 진두지휘해왔다. 12일 오후 비가 추적추적 내려 한산한 클럽하우스에서 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 대표는 "골프장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다. 이제는 LPGA나 PGA 경기도 치를 수준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유치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흑자를 거뒀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약 8년 동안 적자가 났던 회사가 작년 흑자로 전환했다. 1억 8160만 원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매년 10억 원 이상 흑자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흑자의 원동력은?

"직원들의 노력이 컸다. 76명에 이르던 직원을 43명으로 줄였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애썼는데 직원들이 가장 고생했다. 나도 솔선수범한 부분이 있다. 2015년 대표이사가 되고 나서 지금껏 이곳에서 468회 공을 쳤는데 이용료와 음식값을 전부 내 사비로 결제했다. 그 밖에도 대표이사에게 주어지는 10여 가지 특권을 전부 포기했다. 월급은 물론 차량 유지비와 유류대, 기사 임금, 업무추진비 이런 것을 전부 포기했다. 이런 것은 내가 보유한 6개 법인에서 받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적자 나는 회사에서 대표라고 이런 것을 당연하게 받을 수가 없었다. 딱 하나, 운동할 때 밥값은 내가 내지만, 업무 중에 먹는 점심은 클럽하우스나 직원식당에서 무료로 해결했다. 직원들이 먼저 안다. 대표가 돈에 욕심을 내는지, 정말 경영을 잘하고자 하는지. 대표가 실천하니 직원들도 따라왔다."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들었다.

"이제 한국 골프장도 서비스와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망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다. 그전까지 궤도차만 있던 곳에 카트 도로를 18홀 전체에 새로 설치하고 자동운행이 가능한 카트를 도입했다. 또 철골 주차장을 설치해 고객들이 주차 불편을 겪지 않게 했다. 이런 것 못지않게 환경에도 많은 공을 쏟았다. 18개 홀마다 테마 나무를 심었다. 앞으로는 1번홀, 2번홀 이렇게 부르지 않고 산딸나무홀, 배롱나무홀 등으로 부르도록 홀마다 안내판도 설치했다. 이번 겨울에는 녹색이 없어 아쉽다는 고객 평가에 홀 주변에 보리를 심었다.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다. 지금은 봄에 필 야생화 씨앗을 홀별로 특색있게 뿌리고자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인근 컨트리클럽 대표이사 10여 명이 우리 골프장에서 운동했는데 다들 놀라더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느냐고."

▲ 송부욱 창원컨트리클럽 대표이사가 12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 송부욱 창원컨트리클럽 대표이사가 12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서비스도 좋아졌다고?

"그렇다. 당장 '캐디'라는 명칭부터 '매니저'로 바꿨다. 그리고 매월 1회씩 모아서 저녁 먹이면서 1시간 반 정도 내가 직접 교육을 했다. 나무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서비스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했다. 그랬더니 결과는 페어웨이에 담배꽁초 하나 없는 골프장이 됐다. 30만 평이 넘는 골프장을 다 돌아봐도 한두 개 나올까 말까 한다. 올해로 3년째인데, 해마다 3∼4명 우수 매니저를 뽑아 내 돈으로 베트남 견학도 보내고 있다. 마인드가 바뀌니 서비스도 자연스레 개선됐다. 과정에서 매니저들이 힘들기도 했다. 담배 피우는 고객 뒤에는 재떨이를 들고 따라다니기도 했다. 페어웨이에서 담배를 피우면 바로 퇴장시키기도 했다. 처음에는 반발도 많았지만, 이제는 고객들도 골프장의 방침을 이해하고 잘 지켜주고 있다."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디다 쓸 생각인가?

"가장 고생한 사람들이 우리 직원이다. 먼저 복지 향상에 힘쓰겠다. 노조에도 '흑자를 달성했으니 노조가 요구하지 않아도 먼저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말했다. 아껴 쓰고, 비용 절감하고, 심지어 어디에 나무를 옮겨와야 할 일이 있으면 내가 직접 직원들과 함께 가 며칠에 걸쳐 전부 골프장으로 옮겨심기도 했다. 직원 3분의 1이 줄었으니 그 고생이야 더 뭘 말하겠나."

-과정에서 어려운 일도 많았을 텐데.

"카트 도로 개설과 철골 주차장 설치였다. 이곳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다 보니 모든 게 다 까다롭다. 직접 관청을 찾아가 '시내에 하나밖에 없는 골프장을 명품으로 만들어보자'고 설득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다른 하나는 주변에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친구들마저 '10원 하나 안 생기는 그 일을 왜 하느냐'고 미친 사람 취급도 했다. 또, 우리 골프장 주주 중에는 나와 다른 쪽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내가 급여도 안 받고 한다니까 정말 그런지 프런트에 와서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고, 처음부터 내가 횡령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5년쯤 되니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 3년간은 주총이나 이사회 등에서 고성 한번 나오지 않고 있다."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을 텐데도 지금까지 지탱해준 버팀목은?

"처음부터 봉사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법인 6개를 갖고 있는데 넉넉하지는 않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는 안 해도 될 정도로 수익은 난다. 골프장에서 따로 수입이 없어도 된다. 그런 중에도 보람을 느끼는 일이 많아 해올 수 있었다. 골프장이 바뀌고 있고,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는 큰 힘이 된다. 나를 의심하고 반대했던 주주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늘어난다는 점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됐다."

-앞으로 계획은?

"내 임기가 2022년 3월 정기주총까지이다. 누구나 꼭 한번은 가봐야겠다는 골프장을 만들고자 했고,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남은 임기 동안 견고한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좀 더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고, 시스템도 강화하겠다. 그런 후 좋은 골프장으로 잘 만들어갈 만한 분이 있으면 찾아가서 후임 대표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그때쯤이면 골프장 대표이사로 7년을 보내게 되는데, 더 욕심내서 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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