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막으려 스스로 전체 폐쇄
사회는 극찬했지만 경영난 못 막아줘

2014년 12월, 창원SK병원(성산구 상남동)은 113병상 규모 정형외과 전문기관으로 개원했다. 6개월 후인 2015년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경남을 강타했다. 창원SK병원은 그 직격탄을 맞았다. 이 병원 입원 환자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른바 메르스 115번 환자였다.

보건 기관은 '병원 일부만 코호트 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즉, 확진자 발생 병동을 포함한 병원 5~7층만 폐쇄하라고 했다. 나머지 외래 진료 등은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병원 원장은 의외의 결정을 했다. 병원 전체를 폐쇄하기로 했다. 혹시 모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신생 병원, 경제적 손실, 메르스 낙인과 같은 부담 속에서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원장은 입원 환자 36명, 보호자 9명, 의료진·직원 40명과 함께 병원에 갇혔다. 메르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14일 후, 병원은 인고의 시간을 무사히 보내며 격리 해제에 성공했다.

지역사회는 창원SK병원, 특히 원장에게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누군가는 '영웅'이라는 표현도 썼다.

창원시장도 격리 해제되는 날 직접 병원을 찾았다. 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창원시가 메르스 확산 방지 전국 모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여러분 노력 덕분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창원SK병원 정상화를 위해 시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모두 다 하겠습니다."

메르스가 잠잠해진 11월, 창원SK병원장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병원 전체 폐쇄'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이유를 밝혔다.

"저는 배운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저를 가르친 스승들께 환자에게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라고 배웠습니다. 최선의 정책은 정직입니다.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지면 어떤 치료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다시 그 순간이 온다 해도 똑같이 할 겁니다. 물론 고민은 더 많아지겠지만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요. 후회되더라도 그 선택을 다시 할 겁니다."

시간이 흘렀다. '감동·용기의 병원'은 사람들 머릿속에서 조금씩 지워져 갔다. 대신 '메르스 병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창원SK병원은 그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병원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도 이 소식을 '환호' 때만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 병원은 2017년 2월 끝내 문을 닫았다.

창원SK병원은 지역사회를 위해 힘든 결정을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이 병원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지금의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지금, 무거운 마음으로 꺼내든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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