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교가 전교 회장단을 선출하는 시기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부회장 선거에 나가게 돼 그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됐다.

초등학교 회장단은 3명으로 6학년에서 회장·부회장 각 1명, 5학년에서 부회장 1명이 선출된다. 보통 6학년은 회장 후보 중 득표가 가장 많으면 회장이 되고 차순위가 부회장이 되지만, 딸아이 학교는 따로 뽑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왕 마음먹은 거 회장 후보로 나서는 건 어때"라는 엄마의 가벼운 질문에 딸아이는 제법 진지하게 답을 한다.

"나는 앞에 나서는 것보다 회장 일을 돕고 싶은 거야." 그래, 역할은 분명히 다른 거니깐.

무슨 결정권이 없는 초등학교 회장·부회장 자리인지라, 공약은 다소 두루뭉술하다. '왕따 없는 학교, 웃음이 넘치는 학교, 배려 많은 학교' 이런 식이다. 그나마 구체적인 건 반별 대항 피구대회를 열어 단합하겠다는 정도다. "그래도 지킬 수 없는 걸 하면 안 되잖아. 건의사항 받는 편지함 설치도 생각해봤는데 내가 꾸준히 챙길 수 있을지 몰라서 뺏어." 그래, 허튼 약속은 안 한다는 신뢰(?)는 얻겠다.

부회장 선거 기호가 정해지고 유세에 필요한 피켓 3개와 벽보 3개를 만드느라 꼬박 이틀을 투자했다. 그런데 총 9명 벽보가 나란히 붙은 사진을 보니 딸아이 게 초라해 보이기 그지없다. 9명 중 4명이 인근 미술학원 도움을 받아 '뻔쩍뻔쩍'한 피켓과 벽보를 준비했다. 인근 학원에 물어보니 기본 20만 원부터 시작한다.

다행인 건, 교사가 벽보·피켓을 직접 만든 5명 후보에게 돈 들여 사온 4명 후보 전단을 같이 게시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학생들이 만들 수 있는 선을 넘어선, 돈 많이 들인 학생이 유리한 어깨띠·현수막·전단 사용도 금지한 학교 측에서 나름 공정 선거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후보들의 이해와 허락으로 총 9명 벽보는 나란히 붙었다.

아이들에게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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