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있는 지역 기지국 철거
통화 안돼 재설치 요구·항의
업체, 수익 저하 이유 난색만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 011, 016, 017 같은 번호를 쓰는 2G폰 이용자들의 권리는 보호될 수 있을까.

함안군에 거주하는 ㄱ(55) 씨는 최근 유쾌하지 않은 일을 겪었다. 군북면 사촌리에 있는 별장에 간 ㄱ 씨가 2G폰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평소와 달리 쓸 수 없었던 것이다.

LGU+에 문의하니 인근 한 주택 옥상에 기지국이 있었는데 건물주가 철거해달라고 요구해 치워서 통화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ㄱ 씨는 2G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서비스가 안 돼 불편함을 느끼니 통신사에 다시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6월 2G 주파수 종료를 앞두고 있기에 재투자하지 않는 데다 기지국이 고장 났는데 부품을 구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 재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껏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스마트폰으로 바꾸라는 것. ㄱ 씨는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생각했다.

ㄱ 씨는 지금까지 22년 가까이 2G폰을 사용하고 있다. 2G 주파수가 종료될 때까지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함안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그는 곳곳에서 통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번은 차량이 고장 나 견인차량을 불러야 하는데 하필이면 차량이 멈춰선 곳이 통화가 안 되는 지역이었다. 이후 피해를 입었다고 항의하니 규정에 없지만 요금을 일부 차감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ㄱ 씨는 "기지국 절반이 철거가 되더라도 요금은 똑같이 받아간다. 2G폰 사용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서비스는 어느 정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한 통신사에만 줄기차게 요금을 많이 내오며 사용해왔는데 마무리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씁쓸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회선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이동전화 회선 수는 6889만 2541개인 가운데 이 중 2G는 102만 510개이다.

SKT가 44만 2141개, LGU+가 54만 9298개, 알뜰폰(MVNO)이 2만 9071개이다.

2G 주파수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동전화 회선 수가 2018년 12월에는 167만 2741개였지만 매월 줄어 지난해 12월에는 102만 510개까지 떨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LGU+의 경우 2G망 구축과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대비 수익률(원가보상률)이 2014년 이후 지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2G망 운용에 따른 효용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T는 지난해 11월 2세대 이동전화(CDMA) 서비스 종료 승인 신청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바 있다. SKT는 △2세대 이동전화 장비 노후화와 단말기 생산 중단 △가입자 감소로 통신망 운용과 주파수 활용 효율성 저하 △LTE·5G 중심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형성 등에 따라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010 강제통합 정책을 반대한다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이동통신번호는 시대가 발전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자부심, 신뢰를 표현하는 수단 등으로 자리 잡아 왔다"며 "그것이 뜻한 것이든 뜻하지 않은 것이든 시대발전과 함께 필연적으로 그렇게 굳어져 왔고 어느덧 이용자도 자신의 자산 못지않게 이동통신번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변경하지 않고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01× 이용자의 요구사항은 단 한 가지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이동통신번호를 바꾸지 않고 3G/4G/5G까지 사용하기를 원한다"며 "011/016/017/018/019 번호로 3G/LTE에 이어 5G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이며, 끝까지 함께 나갈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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