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도지사 측근, 직제 없는 단장 자임
친구 곤경에 빠뜨리는 언행 일삼아서야

지난해 말, 경남FC 새 감독으로 설기현 전 프리미어리거가 깜짝 기용됐다. 대체적인 반응을 보니 '놀랍다' '잘할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었다. 두 달쯤 지난 현재는 '설기현표 전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이 지난해 2부로 강등되고서 대표이사와 감독이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당장 올 시즌을 대비한 선수단 구성이 급했기에 감독부터 선임했다. 이후 천천히 대표이사 적임자를 물색해 지난달 29일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박진관 전 LG전자 상무를 선임했다.

재미있고 도민과 함께하는 구단으로 재탄생하려는 내부 시스템 정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돌아보니 경남도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

문제는 정치권 바람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만들어내고 있다.

설 감독 선임 전인 지난해 말부터 경남 구단 직제에도 없는 '단장'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였다. 그 이전부터 ㄱ 씨가 자신이 곧 경남 단장으로 가게된다고 흘리고 다녔다. 이이는 김경수(경남도지사) 구단주의 국회의원 선거를 도와주면서 인연이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스로가 "김 지사와 친구"라고 말하고 다녔다.

지난해 말 주총과 이사회 이후 이이는 몇몇 경남 이사들과 만나 자신이 단장으로 가게되는데 대한 반응을 떠보기도 하고, 심지어 구단을 방문해 직원들에게도 단장으로 갈 것임을 암시까지 했다고 한다. 이미 축구계는 물론 팬들도 이이가 단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걸 다 알고 있다.

나가도 지나치게 앞서나간 행보였다.

앞으로 이이가 단장이 되려면 두 가지 절차가 꼭 필요하다. 우선 이사회에서 조직규정을 개정해 단장직제를 신설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공모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대표이사야 경영진이니 굳이 공모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지만, 단장은 직원이다. 경남도가 58% 지분을 가진 공기업인 ㈜경남도민프로축구단이 구단주 지시로 직원을 채용한다면, 이건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이슈가 됐던 '채용비리'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사회야 구단주 의지가 강하게 관철되는 곳이니 규정 개정은 별 문제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공모 등의 과정에서 이이가 단장으로 된다면 세상 사람들은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 내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거친 것으로 보이는데 공정했다고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이가 정말 '단장'으로서 자질을 갖췄고, 경남 구단을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이 있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자신의 언행으로 말미암아 '친구'라는 김 지사가 곤경에 빠져서야 되겠는가. 자중자애가 필요해보인다.

또한 도민구단 중 '단장'직을 둔 경우도 거의 없다. 대표이사와 감독 사이에서 완충 역할보다는 옥상옥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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