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드문 30대 젊은 시인
교육·시작에의 고뇌 풀어 내

맥락 없이 감성 가득한 시어도, 자못 근엄한 태도도 없다. 세상과 동떨어져 읊조리지도 않는다. 게다가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30대 젊은 시인의 시집이다.

이강휘(39) 시집 <내 이마에서 떨어진 조약돌 두 개>(수우당·2019년 12월)는 그래서 반가웠다. 어쩌면 지역에서 이런 시집이 많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인은 2004년 황금알 출판사가 만드는 계간지 <문학청춘>으로 등단했다. 지금은 마산무학여고 교사다. 자신을 무명시인, 한량교사라고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몇몇 감성 풍부하고 눈 맑은 교사들을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시험공부보다 삶에 대한 공부를 더 시키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입시 위주 제도 교육 안에서 느끼는 자괴감 역시 크다. 이강휘 시인의 시집에서도 그런 고뇌가 듬뿍 드러난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 보며/ 고개 숙여 돌부리나 뚝뚝 차대면/ 그래도 선생님 오신다고/ 선생님, 선생님 조잘대며 돌아보는 아이들에게/ 가짜 청심환이나 들이미는 꼴이/ 딱 돌팔이 약장수라지" ('선생은 개뿔' 중)

"됐다. 공부 못하는 게 병이라는 세상이라면/ 그깟 교육전문가 나는 안 하련다. 그저/ 분필 묻은 손으로 아이들 등이나 토닥거리는/ 선생질이나 하며 살련다." ('전문가는 개뿔' 중)

개뿔이란 단어가 붙은 두 시를 시집 제일 처음과 마지막에 넣었다. 고뇌 속에서도 끝내 '선생질'을 외면하지 못하고, 천직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시집에는 시와 삶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어떤 게 진짜 삶인지 잘 알지만, 그렇게 살지 못해 괴롭다. 그러니 모름지기 진짜 시인이란 지독하게 외로운 게 정상이다.

"시란 소수의 전유물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 맞다나/ 소수는 자기 자신 말고는 나눌 수 없으므로/ 시는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없고/ 따라서 학생에게 시를 가르치나/ 그들과 시를 나눌 수는 없고/ 시는 소수를 위한 유희라는데/ 왜 모두가 시를 배워야하냐는 질문에는/ 딱히 대답할 말은 없어/ 그저 끄덕거리고 그러나/ 교실을 나와서는/ 나 자신 말고는 더 이상 나누지 못하는 소수/ 아니, 극소수를 위해/ 오늘도 끼적거리고" ('나만을 위한 유희' 전문)

그가 2018년 마산무학여고 아이들의 시를 모아 낸 시집 <에고, Ego! 시 쓰기 프로젝트 - 마산무학여고 학생시집>(이담북스·2018년)을 기억한다. 자신의 시집보다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시집을 먼저 낸 셈이다. 이 시집 엮은이 말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시와 삶이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 가까워지고 더 가까워져서 시에 아이들의 삶이 묻어나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의 삶에 시가 들어와 앉으면 더욱 좋겠다."

<내 이마에서 떨어진 조약돌 두 개>를 통해 시인의 삶에 들어와 앉은 시들을 직접 만나보자.

수우당 펴냄. 254쪽. 1만 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