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숨이 곧 넘어갈 것처럼 기침하는 회사 선배가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기침 시기가 확실히 앞선다. 워낙 만성이 된 증세라 아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한다. 최근 창원 시내 건널목에서 그 기침이 터졌나 보다. 옆에서 한 어르신이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고 한다.

"거 입 좀 이렇게 가리고 하소."

어르신은 소매로 입을 가리는 시범도 보였다고 한다. 주말에 찾은 극장가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리는 뉴스는 하루 두 번 꼬박꼬박 갱신된다. 숫자 변화는 어김없이 메시지로 전달된다. 대한민국은 정보 공유 속도가 대단히 빠른 사회다.

신종 코로나 전염 확진자를 파악하는 것은 그러려니 했다. 접촉자 정보를 파악하는 속도는 예상 범위를 넘어섰다. 신속함은 둘째 치고 정확도는 또 어떻게 보장하는가. 확진자 휴대전화 정보로 동선을 파악하고 시간과 위치를 확인해 CCTV 정보까지 분석한다고 했다. 당사자가 기억해내지 못하는 접촉자까지 유추한다니 말 다했다. 사회 안전을 보장하는 기반시설이 이처럼 치밀한 국가가 흔할까? 거꾸로 개인정보를 이처럼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국가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과 개인이 침해받지 말아야 할 권리는 어느 지점에서 선을 그을 수 있을까?

무슨 수익을 남기겠다고 마스크를 사들이는 사람도 있다. 거저 얻은 마스크를 시장에 내놓는 염치는 또 뭘까.

느닷없는 행사 취소로 대목을 놓친 화훼농가에 시민이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화훼농가 가족이 SNS에 남긴 글이 매개가 됐다. SNS는 종종 괘씸하면서도 기특하다. 굳이 꽃을 사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반드시 팔아야 할 꽃을 사들이는 연대가 뭉클하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지닌 역량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포와 맞서는 모든 분을 응원한다. 모두 그분들 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