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바 30대 노동자 유족
"6개월간 관련 통화만 1908건
납품기한 임박할 때 더 심해"

밀양 한국화이바 소속 30대 청년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사망 노동자 유가족은 10일 오후 2시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해당 노동자가 사망하기 전 6개월 통화목록을 통신사에 요청해 받았다. 통화목록을 보면 6개월간 노동시간에만 업무 관련자와 1908건의 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되지 않은 통화목록까지 하면 6개월간 2000건이 넘을 것이란 추측도 함께 제기했다.

또 업무 시간이 아닌 오전 8시 이전부터 오후 5시 이후까지 통화량도 같은 기간 544건에 달했다. 이는 해당 노동자가 사망하기 전 상사가 개인기사처럼 카풀을 강요한 내용 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한국화이바 소속 30대 청년노동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경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의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한국화이바 소속 30대 청년노동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경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의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유가족과 민주노총 등은 "방대한 통화량 중 납품기한이 임박했을 때는 특히 심했다. 지난해 9월에는 540여 통의 통화를 업무 관련자와 했다. 한국화이바 회사 관계자뿐 아니라 발주처와 부품공급사 등에서 담당자라는 이유로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를 준 것"이라며 "2017년 인사이동 후 직장 내 괴롭힘뿐 아니라 납품을 두고 강요와 협박이 있었을 것이란 추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노동부 조사결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지만 한국화이바가 여전히 사과는커녕 책임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화이바는 고인의 죽음을 가정불화, 여자친구 문제 등으로 왜곡해 명예를 훼손하고 사건을 덮어버리기에 급급하다"며 "노동부와 경찰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만 이 사태를 정리할 게 아니다. 강요와 협박을 방조하고 사용자의 직무를 유기한 한국화이바와 2개의 발주처 등 납품과 관련한 업무강요와 협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양산지청은 지난 1월 15일 사망 노동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판단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정했다. 양산지청은 오는 20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와 행위자에 대한 징계, 재발방지 조치를 이행하라고 사측에 명령했다. 유가족들도 지난 4일부터 한국화이바 앞 1인 시위를 중단한 상태다.

고인의 형은 "1인 시위를 중단해달라는 요구에 응했다. 하지만 사측은 어떤 내용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재조사를 해도 기존 조사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장례를 치르라는 말을 하며 유족들에게 상처를 안겼다"라며 1인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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