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기자명 불분명하고 단순 인용성 정보일 땐 일단 의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못지않게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며 위협을 주는 게 있습니다. 바로 '가짜 뉴스'입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정보와 불분명한 출처, 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문 같은 글이 뉴스처럼 포장돼 시민을 공포로 몰아갑니다. 포털, SNS 등을 거쳐 무분별하게 퍼지는 수많은 뉴스 가운데 가짜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그럴듯한 사진과 영상까지 포함해 뉴스 소비자를 더욱 현혹합니다.

최소한 아예 터무니없는 뉴스 정도는 걸러낼 방법을 제시합니다. 기본은 이 뉴스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물을 대상이 있는가를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책임지는 주체가 분명할수록 가짜 뉴스를 생산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체가 분명하지 않은 뉴스

“우한 폐렴, 실제 감염자 9만명 이상”…현지 의료인 폭로(?)

지난달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제목입니다. 그 영상을 찾아보니 개인 유튜브 방송이고, 내용에서 제보자라는 중국 의료인은 정지 화면으로 10초 정도 공개됩니다. 내용 대부분은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방송 내내 영상 제작자 주장만 나옵니다. 게다가 영상에서는 의료인을 남성으로 소개했는데 목소리는 여성입니다.

방송 내용도 중국 우한 지역 상황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현재 이 영상에는 댓글 달기가 금지돼 있습니다.

매체가 분명하지 않은 정보를 뉴스처럼 포장해 방송으로 재생산하는 것은 유튜브에서 흔한 제작 방식입니다. 제작자 처지에서 가짜 뉴스를 생산하면서 공신력 있는 매체 이름을 인용하면 자칫 해당 매체에 막대한 배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용과 형식은 빌려도 매체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가짜 뉴스를 판단하는 근거로 이용하면 좋을 듯합니다.

 

기자를 알 수 없는 뉴스

그럴듯한 매체 이름은 있는데 막상 뉴스를 생산한 기자 이름이 없다? 일반 공산품 포장에도 생산자 이름이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제품이 잘못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 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게 신뢰를 쌓아 올립니다. 그런데 뉴스 생산자인 기자 이름이 없다? 다시 한 번 의심해야 합니다. 어떤 뉴스를 접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면 물어보십시오. 기자가 누구야? 기자 소속이 어디야? 아마 애매할 것입니다.

가짜 뉴스 생산자는 뉴스에 부여한 책임을 피해가는 길을 만듭니다. 기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도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SNS에서 뉴스 형식으로 유통되는 글을 보면 기자 이름이 없는 사례가 많습니다. 반드시 의심하십시오.

 

▲ 가짜뉴스 간단 진단법. /이승환 기자
▲ 가짜뉴스 간단 진단법. /이승환 기자

기사와 관련 없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

요즘 온라인에 유통되는 중요한 기사는 웬만하면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사진을 올린 뉴스가 있습니다. 물론 일반 기사도 시각적으로 뉴스 전달 효과를 키우고자 '기사와 관련 없음'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사진을 한 장 정도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짜 뉴스에서 사진을 보면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이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이런 자극적인 사진을 여러 장 사용해 사진이 뉴스 분량을 압도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한 기사 안에서 사진 출처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가져와 마치 한 사람이 제보한 것처럼 교묘하게 배치한 사진도 있습니다. 의도가 짐작되지 않습니까? 심지어 2020년 기사에 몇 년 전 사진을 붙이기도 합니다. 신종 코로나 뉴스에 메르스 환자 사진을 붙이는 식입니다. 이 정도면 악의적입니다.

 

불특정 SNS, 커뮤니티 인용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막연하게 인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미 앞서 언급한 기준만 봐도 이런 인용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유명인 발언을 인용하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국내 전문가를 인용하거나 외국 전문가 주장이라며 아예 사실인 것처럼 뉴스를 만드는 사례도 많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자기 견해를 개인 SNS나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끌어 쓰면서 검증 없이 사실로 확정하는 보도로 이어지면 다른 문제입니다.

최근 의사 출신 기자가 SNS에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에 대한 글을 올렸고 이를 한 매체가 그대로 새로운 방법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도 반론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SNS와 커뮤니티 주장을 자극적으로 인용하면서 반대 의견을 배제하는 정보는 가짜 뉴스로 봐야겠습니다.

 

기사 따로 제목 따로

‘독특한 신종코로나 환자가 한국에 등장했다’

제목만 봐서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한국에서 발병한 듯합니다. 실제 기사 내용은 ‘무증상 감염’을 말하고 있습니다. '톱스타 OOO 결혼'이라는 큰 제목을 걸고 내용을 보면 '연기와…', '드라마에서…' 같은 기사입니다. 연예 기사는 그냥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전염병 관련 정보라면 다른 문제입니다. 제목으로 독자를 낚으려 시도는 '가짜 뉴스'로 분류해도 되겠습니다.

지난달 31일 자 한국경제 기사. /캡처
지난달 31일 자 한국경제 기사. /캡처
▲ 한국일보 기사를 재생산한 보도. /캡처
▲ 한국일보 기사를 재생산한 보도. /캡처

더 교묘해지는 보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본 없는(?) 가짜 뉴스는 아니지만 폐해는 만만찮은 유형도 있습니다.

"마스크 없어서 난리인데"…정부, 마스크 200만개 중국 지원 논란'

<한국경제> 지난달 31일 자 기사 제목입니다. 일단 매체는 분명합니다. 기사 핵심을 추려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데,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200만 개를 전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논지입니다.

가뜩이나 국내 마스크도 모자란데 정부가 공급 부족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더합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보도 다음날인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설명 자료를 냈습니다.

우선 국내 전체 제조사 123곳이 보유한 마스크는 약 3100만 개입니다. 실제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200만 개를 보냈다면, 재고량 가운데 6%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 전달한 마스크 등 의료용품은 중국 유학생 모임인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우한대총동문회'가 자발적으로 모금해 마련했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마련한 의료용품 일부를 교민 귀국 지원 임시항공편으로 우한에 전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마스크 200만 개를 중국에 지원했다는 보도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습니다. 공급 부족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미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200만 개를 지원했다는 보도는 사실처럼 굳어졌습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궁금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입니다. 매체는 분명하지만 기자를 알 수 없는 뉴스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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