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다수 사타구니 통증 호소
뼈 썩는 무혈성 괴사 가장 위험
초기 발견 경우 금주하며 관찰
골두 함몰되면 인공관절 수술

50대를 넘긴 사람 중에 골반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여성도 제법 있다. 내가 아프지 않으니 그 고통을 어찌 알랴만, 은근히 건강을 담당하는 기자로 전문의를 찾아가 대신 물어봐 줄 수는 있겠다 싶었다. 골반도 관절이 문제일 거라는 생각에 지난해 8월 한 번 취재했던 마산회원구의 서울병원 윤지열 병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취재하면서 골반 통증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고관절 부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질환에 관해 깊이 있게 설명을 들었다.

▲ 윤지열 서울병원 원장 /정현수 기자
▲ 윤지열 서울병원 원장 /정현수 기자

-골반 통증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에 어떤 게 있나요?

"병원을 찾는 대부분 환자가 골반 뒤쪽이 땅기면서 아프다고 호소하는 분들이에요. 만져보면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다, 그래요. 그런 분들은 대체로 허리 부분에 문제가 있어요. 이럴 땐 척추 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를 의심해볼 수 있고요. 또 대퇴골(넙다리뼈) 대결절로 아플 수가 있어요. 골반 옆으로 넙다리뼈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돌기)에 근육(장경인대)이 지나가는데 이게 걸려서 통증이 와요. 이걸 장경인대 건초염이라고 해요. 건초염이란 건 근육과 뼈를 둘러싸고 있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해요. 인대에 염증이 생긴 거죠. 이건 약 먹고, 주사 맞고, 물리치료로 낫는 경우가 많고. 또 하나 제일 걱정되는 것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입니다."

▲ 괴사 진행 중인 대퇴골두와 인공관절 수술한 엑스레이 사진 /서울병원
▲ 괴사 진행 중인 대퇴골두와 인공관절 수술한 엑스레이 사진 /서울병원

-괴사라면 썩어간다는 얘기 아닙니까?

"요즘 인터넷을 보고 걱정이 되어 오는 분들이 많은데, 이 질환은 사타구니 쪽이 아파요. 그리고 양반다리를 못 해요. 심한 분들은 계단을 올라가는 게 힘들어요. 양말 신기도 어렵고요. 그런 분들은 일단 의심을 해야 합니다. 대퇴골두가 뭐냐면, 대퇴골과 골반이 만나는 부분에 동그란 부위 있죠. 이거예요. 이게 무혈성, 피가 안 가서 괴혈, 썩어간단 얘기죠. 뼈가 썩으면 안부터 썩기 때문에 나중에 무너집니다. 그러면 관절이 죽는 거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일단 이게 무너지지 않으면 그냥 놔두고 관찰합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분들은 급속도로 부서지는데 어떤 분들은 오랫동안 지탱하는 수가 있어요. 문제는 대퇴골두가 동글동글하지 않고 찌그러진 현상이 나타나요. 무너지기 시작하면 갈아야 합니다. 색깔도 죽으니까 노랗게 돼요. 이렇게 되면 인공관절로 가야 해요."

-왜 이런 거죠?

"이런 질환은 대체로 남자들이 많이 걸려요. 이건 술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원인이 확실하게 잡힌 건 없는데, 술고래들이 많아요. 나이 60대 되어서 코 빨개 가지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분은 의심해봐야 해요. 엑스레이로 해서 잘 안 보이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보면 나오죠. 그래서 사타구니가 아프고 양반다리가 안 되고 술을 좀 드시는 분이라면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도 원인일 수 있어요. 잠수병도 원인일 수 있고요, 원인 미상이 더 많아요."

▲ 대퇴골두 괴사(원 안쪽 까만 부분) MRI 사진 /서울병원
▲ 대퇴골두 괴사(원 안쪽 까만 부분) MRI 사진 /서울병원

-괴사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하지 않고 낫게 할 방법이 있나요?

"일단 무너지기 시작하면 되돌릴 순 없어요. 물론 진행 초기에 발견해서 술 끊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관찰할 수는 있겠죠. 그러면 고착 상태에서 안 무너지고 꽤 오랫동안 사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 환자 중에 어떤 분은 뼈가 썩은 줄 알고 있는데, 안 무너지고 있어요. 통증도 별로 못 느껴요. 그러면 그냥 갖고 사는 거예요."

-이 질환이 있으면 일단 술은 끊어야겠군요. 그 외 다른 주의사항이 있을까요?

"무리가 갈 정도로 무거운 물건을 든다든지 무리하게 몸을 쓰면 급속히 깨지는 수가 있겠죠."

▲ 괴사로 잘라낸 대퇴골두. /서울병원
▲ 괴사로 잘라낸 대퇴골두. /서울병원

-치료는 인공관절밖에 없나요?

"요즘엔 인공관절 안 가고 골두를 돌려 하는 방법도 있는데, 굉장히 드물고 그래서 한다면 대개 인공관절로 가요."

-인공관절 수술한 환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은요?

"인공관절도 오래 쓰면 망가지게 돼 있어요. 아껴 쓰는 게 최선입니다. 체중 관리도 하셔야 하고요. 닳아버리면 문제가 뭐냐면, 골 주위가 녹아버려요. 그래서 재수술할 때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요즘엔 세라믹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잘못하면 깨지는 경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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