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챙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후회로 뒤덮인 삶들 어루만져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우리는 항상 그 흐름 위에서 흔들린다. 그 흐름 위에서 자꾸 뒤돌아보는 일이 많으면 나이가 든 것이리라.

창원에서 활동하는 하순희 시조시인의 시집 <종가의 불빛>(고요아침, 2019년 11월)에서 그렇게 뒤돌아본 풍경에 어머니가 계신다.

"한 세상 살다보믄 상처도 꽃인 기라/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기라/ 세상일 어려븐 것이 니 꽃피게 하는 기라" ('어머니 설법' 중에서)

"기억 속에 살아나는 쓰라린 기쁨의 터널/ 수만리 거슬러온 생명 실은 만선의 배/ 비린 삶 닻을 내리며 반추하는 희열로// 잊지 마라 모태로 다시 또 이어서 갈/ 오롯이 너에게로 돌아가는 긴 여정/ 춤추는 달빛 아래서 은빛 강물 출렁인다" ('회귀' 중에서)

뒤돌아보는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시인은 뒤돌아 촉촉해진 눈으로 다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흔들리면서도 더 먼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기 위해서다.

"밤마다 자정이면/ 내게로 향한 주문//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내일은 더 나으리라/ 하늘 문을 여닫는다" ('독백' 전문)

"살면서 건너야 했던/ 무수한 강을 뒤로 하며// 우린 붉은 눈시울/ 무심한 척 손 흔들며// 다시금 내가 넘어야할/ 또 다른 산을 본다" ('오늘' 전문)

그리고 시인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한다. 별일 없재, 많이 바쁘재, 밥 잘 묵고 댕기나.

"'결일없재마니바부재밥잘묵고대기나'/ 옆 사람이 보여주는 칠순노모 서툰 문자/ 바라만 보고 있어도 찌르르한 가슴 한 켠" ('그리운 안부' 중에서)

다들 별일 없기를, 별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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