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수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돼 있어요."

최근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행정 보조 인력(방과후 코디)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듣고선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업무를 하는데, 왜 자원봉사자라고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도 찾아봤다. 자원봉사자의 뜻풀이는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돕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방과후 수업 행정 보조 인력들을 과연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돕는 사람으로 볼 수 있나.

방과후 수업 보조 인력이 하는 일을 살펴봤다. 경남 지역 한 학교의 모집 공고 내용이다. '방과후학교 자원봉사자(보조인력)' 위촉 공고문에는 △업무 담당자 지원 △강사 관리 △학생 관리 △교실 관리 지원 △프로그램 운영 관리 지원 △기타(방과후학교 운영일지 작성 등 학교 여건에 따라 탄력적 역할 부여)로 나눠 세부 내용이 적혀 있다.

애초 2009년 교육부가 '방과후 학부모 코디네이터' 사업을 하면서 학교별로 행정 보조 인력을 뽑았다. 노동자들의 업무는 그대로이지만 차츰 근무시간은 줄었고, 계약서 대신 위촉장이 주어졌다. 현재 경남에는 방과후 수업 보조 인력이 350여 명이나 있다.

이 건을 취재하고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라는 책을 봤다. 저자는 학교 사서 도우미로 일하면서 겪은 일을 진솔하게 적었다. 도우미 이상의 일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비정규직 초단시간 노동자로 해고의 위험, 차별 대우 등으로 고통받았다는 내용이다. 책에 열거된 학교 봉사자의 종류는 다양했다. 도서관 지원, 교통봉사, 급식실 검수 활동 등.

왜 학교에 자원봉사자가 이렇게 많을까. 특히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자 모집이 많아 보였다.

정당한 노동을 자원봉사자라는 명목으로 묶어두는 게 바람직할까. 그다지 교육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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