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서 각각 3·4위 올라
단일화 미성사 아쉬움 남겨
당선자는 경기 출신 이성희

230만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에 이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회장 자리에 도전했던 경남지역 후보자들은 아쉽게 낙선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열렸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에 대한 자금조달, 교육지원 등 농민의 삶과 직결된 사업을 수행하는 1118개 농·축협의 대표 조직이다.

농협중앙회장은 재계 순위 9위인 농협을 이끄는 수장이다. 28개 계열사를 아우르고 지난해 말 기준 10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이끌며 전국 조합원 210만 명을 대표한다.

임기 4년 단임제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고려하면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한 중앙회 계열사의 인사권뿐 아니라 예산권, 감사권을 가지고 있어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민 대통령', '농민 사령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앙회장 자리의 막강한 파워를 입증하듯 이번 선거는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기호순으로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천호진 전 농협 북대구공판장 사장 △임명택 전 경기 화성 비봉농협 외 4개 조합 지도부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농협 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10명이 출마했다.

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면 당선된다. 그러나 10명의 후보가 나서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1차 투표에서 1·2위에 오른 이성희(82표·28%), 유남영(69표·23.5%)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렀다.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는 177표로 과반수를 획득해 116표를 얻은 유 후보를 제치고 최종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첫 수도권 출신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경남에서는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과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이 선거에 출마해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두 후보 모두 고배를 마셨다. 1차 투표결과를 득표순으로 보면 △강호동 후보 56표 △최덕규 후보 47표 △이주선 후보 21표 △문병완 후보 12표 △여원구 후보 4표 △김병국 후보 2표 △천호진 후보 0표 △임명택 후보가 0표를 얻었다.

강 조합장은 56표(19.1%)로 3위에 머물렀다. 유 후보와 13표 차이로 결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어 최 전 조합장이 47표(16%)로 4위를 차지했다.

강 조합장과 최 전 조합장이 10명의 후보 중 각각 3·4위를 차지한 만큼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협회장 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인 까닭에 후보자의 공약·정책 검증보다는 출신 지역이나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경남 일부 이탈표가 발생했을 거라 예상한다. 만약 단일화했으면 누가 되든 충분히 결선에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두 후보가 무엇보다 가장 아쉽겠지만, 경남 입장에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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