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경남대 연구원 발견
합포구청 앞 도로 당시 장면
미 독립기념일 행사 구경 인파

미군정 시기 마산 거리가 찍힌 사진이 발견됐다. 이 사진에서 당시 마산 시민들이 미군을 대하는 자세가 간접적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기록 보관 사이트에서 찾은 1946년 7월 4일 마산 거리 사진. /박영주
▲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기록 보관 사이트에서 찾은 1946년 7월 4일 마산 거리 사진. /박영주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장의 흑백사진을 올렸다.

1946년 7월 4일 마산에서 미군이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행진하고 있는 장면이다. 7월 4일은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진 속 장소는 당시 마산부청(현 마산합포구청) 앞 도로다. 왼편 건물은 세무서다. 사람들이 길에 쭉 늘어서서 도로 가운데로 지나가는 지프와 트럭 행렬을 바라고 있다. 자세히 보면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성조기를 들고 있지만, 손을 들어 열렬하게 환호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다.

박 연구원은 "일제에서 해방 후 한국의 시한적인 통치기관이었던 미군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어땠을까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진이 작아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열렬하게 환호하는 자세가 아님은 알 수 있다"며 "조금은 무심한 듯 궁금한 듯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쌀을 달라'고 외치며 미군정의 실정에 항거한 10월 항쟁을 석 달여 앞둔 마산 거리의 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설연휴 동안 미국 사이트 여기저기 뒤지다 노스캐롤라이나 기록 보관 사이트에서 관련 사진 여러 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존 재이 헬러 주니어(1929~2019)로 당시 마산 주둔 미육군 제6사단 53야전포병대 본부중대에 근무했다. 그가 사망하자 유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다 해당 사진을 발견, 기록 보관 사이트에 한 달 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미군정기 창원지역 사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사진이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미군정기 진해 해군 관련 사진은 있지만, 그 외 지역 사진은 거의 없다. 이 사진을 통해 그 당시 마산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진을 했다는 것과, 한국인들이 거리로 나와 행사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도 성대한 열병식이 열렸고, 당시 도청이 있었던 부산을 비롯한 마산·진해·포항·대구·전주·여수·광주·이리 등지에서도 행사가 열렸다.

박 연구원은 "경남지역에서 지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공백이 바로 미군정기다. 일제 강점기보다 사진 등 자료가 더 없다"며 "당시 카메라를 가진 미군의 후손이 옛 사진을 올리거나, 기록 사업을 벌이는 곳이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군이 주둔했던 지역의 사진이 속속 공개되고 있어 틈나는 대로 자료를 수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