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지방자치화' 기치로 88년 시작한 새해 잔치
총선 출마자들 눈길…원로들 덕담으로 후배 격려·당부

'제33회 대동제.'

누군가 현수막을 본다면 대학 축제를 하겠거니 생각할 수 있겠다. 사실, 대동제(大同祭)는 지난 1988년 마산에서 시작된 예인들의 잔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선후배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동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눈다.

대동제의 탄생은 예인들이 즐겨 찾은 선술집 '고모령'에서 시작됐다.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예인들은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니 '예향 마산'에서라도 '문화예술의 지방자치화'를 위해 대동제를 열자고 했단다. 근데 왜 대동제라는 이름을 내걸었을까.

당시 마산MBC PD로 사회를 맡았던 김미윤 한국문인협회 이사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대동단결을 강조했듯 신분, 재산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자는 의미로 대동제라고 정했다"며 "전업 작가, 아마추어, 교수, 학생, 시민 모두가 함께했고 참가비를 십시일반 모아 그 돈으로 술과 음식을 장만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동제라는 이름 때문에 정보과 경찰이 현장에 오기도 했고 최일홍 전 경남도지사가 방문해 부림시장 일대가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지난 28일 부림문화광장(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열린 대동제(대회장 김병규·정연규)는 과거만큼 '질펀한 놀이판'은 아니었지만 의미가 남달랐다.

부림문화광장은 1988년 고모령이 부림시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그 장소였다. 1998년 고모령이 문을 닫으면서 옛 대우백화점, 롯데백화점 마산점, 창동예술촌을 전전한 대동제가 올해 처음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마산지역 원로·중견 예술인은 다 있었다. 추측건대 참가자 중 최연소가 50대,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 참가자들이 앉는 자리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의자가 비었다고 아무나 앉으면 안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서일옥 경남문학관 관장은 "무대를 기준으로 왼쪽은 75세 이상, 오른쪽은 75세 이하인 분만 앉아달라"고 부탁했다. 세상을 떠난 원로 예술인들이 많아서인지 왼쪽 좌석은 드문드문 비어있었다.

▲ 대동제운영위원회가 주최한 제33회 대동제 개막식이 2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문화광장에서 열렸다. 행사 참석자들이 합동세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대동제운영위원회가 주최한 제33회 대동제 개막식이 2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문화광장에서 열렸다. 행사 참석자들이 합동세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때(4월 총선)가 때인지라 정치인이 많이 보였다. 그들은 파란색 잠바, 빨간 잠바, 흰색 잠바를 입고 명함을 나눠주느라 바빴다.

덩달아 내빈 소개도 길었다. 내빈 소개를 맡은 정연규 대회장은 혹여나 한 명이라도 빠질까 노심초사했다.

대동제 운영위원회 고문인 이광석·박춘성·정양자·김미윤·최명환·성낙우·강신형 씨는 물론 대회장인 김병규·정연규 씨도 함께했다.

원로예술인 라상호·박순흔·오하룡·이순자·정재은 씨, 마산의 마지막 선술집이라고 할 수 있는 창동 '만초' 주인 조남륭 씨,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 강수찬 진해예총 회장, 안종복 전 경남민예총 이사장, 윤치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 등도 있었다.

정치인도 빠질 수 없다. 허성무 창원시장, 박종훈 도교육감, 이주영·김성태·윤한홍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인 박남현, 이현규, 안홍준, 최형두, 정규헌 씨 등도 보였다.

대동제의 하이라이트 '합동 세배'가 이어졌다. 선배 예술인들은 덕담을 했고 후배 예술인들이 세배를 했다. 이광석·박춘성 고문은 "경자년 쥐의 해를 맞아 지혜롭고, 풍요롭게 한 해를 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정양자 고문과 배순화 원로예술인이 창원시장에게 세뱃돈을 건넸다. 여러 곳에서 "짝짝짝" "하하하" 소리가 튀어나온다.

화가 이정숙(76) 씨에게 덕담을 요청하자 이 씨는 "예술인이 전업으로 살기 너무 어렵거든요. 후배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해가 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이달균(63) 경남문인협회 회장은 "선배 예술인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창작활동에 매진해 좋은 작품을 내놓는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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