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폐 굳어지는 것…손상 후 회복과정에서 발생
흡연자 발생 빈도 3배 많아
특발성은 CT만으로도 진단…정기 건강검진이 관리 핵심

주변에 마른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옆에서 보면 100% 담배 때문일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좀 많이 피워야지. 담배만 폐에 안 좋을까 생각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숨을 쉴 때 폐 속으로 나쁜 게 들어가면 당연히 폐가 나빠지지 않겠나. 숨이 제대로 들이쉬어지지도 않고 내뱉어지지도 않는다면 오죽 답답하겠나 싶다. 폐가 딱딱해져서 그렇다고 한다. 하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금연 광고에 폐가 시커멓게 그려진 모습을 종종 본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폐가 딱딱해지는 과정을 이르는 진단명이 있다. 폐섬유화. 이 질환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창원파티마병원 호흡기내과 조강원 과장을 찾았다.

▲ 조강원 창원파티마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 조강원 창원파티마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폐섬유화증은 폐가 어떻게 되는 질환인가요?

"상처 입고 낫는 과정에서 비가역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섬유화가 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상처가 아물면서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어떤 지점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걸 섬유화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10년 전 특정 가습기 살균제가 만성적 폐병을 유발한 거로 밝혀졌는데 그게 섬유화의 한 가지고요, 요즘 꼭 맞아떨어진다 하긴 어렵지만, 미국에서 전자담배로 젊은이들 폐를 손상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쪽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폐가 말랑말랑한 조직이거든요. 해파리보다 말랑말랑한데 숨을 깊게 들이쉬고 하면 크게 펴졌다 오므라들었다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질환입니다."

-어떤 증상이 일어납니까?

"제일 처음 느끼는 증상이 언덕을 걷거나 할 때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쯤 진행된 상황이면 꽤 진행된 상황이지요. 많이 진행된 분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잔기침을 주로 호소하고요. 많이 진행된 사람은 이미 자신의 섬유화 진행상태를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손가락이 붓고 피부에도 문제가 생긴다면서요?

"그거는 직접 폐섬유화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라든가 루푸스라든가 피부나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 있을 때 폐섬유화를 동반하기도 해요. 류머티스 질환 앓은 분들은 엑스레이(X선 촬영)나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찍는 기본검사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곤봉지라고 해서 만성적으로 산소 부족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손가락 끝이 동그랗게 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많이 없죠. 이론적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덧붙일 만한 원인에 어떤 게 있을까요?

"섬유화라는 건 어떤 한 병이 아니라 결과물이고요. 원인과 중간 과정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담배가 대표적입니다. 과거 흡연, 현재 흡연과 관계없이 이미 끊은 사람도 특발성 섬유화 경우엔 3배 정도 되고요. 담배가 원인인 경우는 따로 관리가 될 정도로 폐섬유화에 영향을 크게 끼칩니다. 그 외 용접을 한다든가 그라인더 작업을 한다든지 목재를 절단할 때도 분진에 노출돼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검진할 때는 어떤 일을 했는지 꼭 물어봐요. 직업상 분진의 노출이 잦은 경우라면 통계적으로 직업에서 원인을 진단할 수 있으니까요."

-담배도 그렇지만 분진이 많은 직업은 피해야겠군요?

"의사로서 할 얘길는지 모르겠는데, 젊어서부터 독한 담배를 하루 한 갑씩 70년을 피우시는 분이 계셔요. 그런데 그분의 폐는 깨끗해요. 숨도 안 차고. 그래서 담배나 분진 속에서 작업한다고 그게 다 병이 되느냐 하는 차원에서는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어요. 분진이 폐로 들어가서 상처를 입히고 나서 몸이 회복해야 하는데, 회복이 어떻게 일어나느냐 문제거든요. 폐섬유화는 회복의 결과물입니다. 어떤 사람은 흉터가 잘 낫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흉터가 남는 사람이 있듯이."

-유전적 취약성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그렇죠. 아직은 우리가 모르는 부분인데, 중증 폐렴을 앓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급성 호흡부전으로 가느냐, 아니냐도 폐렴에 쉽게 진행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보 유전자 20개 정도로 연구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정도 걸릴 확률이 높다던데요. 그건 환경 때문에 그런 건가요?

"환경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흡연 또한 그렇고요, 하지만 남자라고 해서 더 잘 걸리고 그런 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섬유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의 폐 CT사진으로 왼쪽 윗부분의 동그랗게 패인 부분은 암이 발생한 곳.
▲ 섬유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의 폐 CT사진으로 왼쪽 윗부분의 동그랗게 패인 부분은 암이 발생한 곳.
▲ 정상폐를 찍은 CT 사진.
▲ 정상폐를 찍은 CT 사진.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것도 있던데, 뭐가 다른가요?

"특발성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폐섬유화를 이르는 말입니다. 섬유화 중에 잘 안 낫는 질환군을 따로 모아서 특정한 병리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만든 거예요."

-폐섬유화 증상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일단 사진(엑스레이)을 보고 판단합니다. 사진이 이상하면 CT를 찍어보고요. 사진과 CT를 봤을 때 섬유화에 합당한 모양이라고 생각이 되면 검사를 몇 가지 더하는데, 일단 특발성 폐섬유화는 다른 원인이 없다면 거의 CT에 나타난 모습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하던 것도 통계가 모이면서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진단할 수 있게 된 거죠."

-비가역적 섬유화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치료할 수 없는가요?

"치료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말할 수 없지만, 뚝뚝 잘라서 얘기했을 때 3분의 1은 더 진행 안 하고 섬유화가 발견된 시점에서 평생 그대로 사시는 분이고요. 3분의 1은 서서히 진행해서 나중에 숨이 찬 증상까지 발생하는 분들이고, 또 3분의 1은 모르고 있다든지, 어느 날 갑자기 감기로 확 나빠진다든지 해서 산소 없으면 못사는 사람이 되어 살다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어요. 치료는 증상을 못 느끼고 살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요. 이미 진행되어 폐 이식까지 하는 경우도 많죠. 섬유화는 특발성이냐, 다른 군의 섬유화냐에 따라서 치료약제가 달라지는데, 모양과 자가면역질환, 다른 원인 유무를 따져 어떤 약이 득을 보겠느냐를 기준으로 처방합니다."

-폐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음식이 있을까요?

"우리가 의도하는 성분이 높은 식품이 있지요. 하지만 식품이 약품보다 특정 성분이 더 높게 들어있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음식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로 정리할 수 있겠군요. 폐는 공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장기니까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산이 도움 될까요?

"폐에 손상이 왔을 때 호흡곤란을 느끼는 시점이 제각각이에요. 운동량이 있으신 분들은 호흡곤란을 느끼는 시기가 좀 더 늦어질 수는 있겠죠. 하지만 반대로 건강하다는 자신감으로 말미암아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건강검진 꾸준히 하고 병이 진단된 상황이면 의사 처방에 따라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관리하는 게 이상적이죠."

-핵심은 건강검진이군요.

"폐는 증상을 느끼는 시점이 굉장히 늦어요. 예전에는 결핵이든 폐렴이든 여러 가지 병들이 증상이 생기고 난 다음에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기침하고 피 토하고 그러면 결핵이니 천식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데, 요즘은 암이고 결핵이고 증상이 있어서 진단하는 경우보다 사진이 이상해서 먼저 진단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또 그렇게 진단돼야 결과도 좋고 그렇습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군요.

"담배를 자주 피우는 사람은 불안해서인지 많이 오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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