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 경남본부장 언론학 박사 논문서 진단
공영 언론의 공정·전문성, 사안을 직시한 기사 강조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가짜뉴스는 사실 여러 정치·사회적 원인이 작용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원인과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언론 내부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자기 반성적이다. 쉽게 말해 가짜 뉴스가 활개치는 건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언론이 가짜 뉴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기에 신뢰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정학구(사진) 전 연합뉴스 경남취재본부장 박사학위 논문 <탈진실시대의 가짜뉴스 확산과 언론 신뢰도의 관계>(동아대 신방과)는 가짜뉴스에 대한 이런 언론의 인식을 여러모로 담아냈다.

▲ 정학구 전 <연합뉴스> 경남취재본부장.
                            

논문은 가짜뉴스와 언론 신뢰도의 관계를 기존 연구와 전문가 50명 대상 심층인터뷰, 일반인 대상 설문조사를 세세하게 살핀다.

"연구자들은 가짜뉴스가 유행하고 활개치는 원인을 기성 언론의 신뢰도 추락에서 찾고, 가짜뉴스 해법도 언론 신뢰도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49쪽)

논문은 언론 내부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는 해법으로 독립성 보장,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 기자 윤리 강화와 자정 노력, 소명의식 제고 등을 들었다.

특히 저자는 공영언론의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전문성 확보를 강조한다. 공영언론이란 연합뉴스를 포함해 KBS, MBC, YTN 등을 말한다.

"공영방송사 뉴스 프로그램 수준은 한 국가의 저널리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민들이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논쟁이 있을 때 사안을 직시할 수 있는 기사,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시민이 찾아보는 뉴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라고도 이들은 주장한다." (133쪽)

공정성, 독립을 회복하고자 공영언론사들은 2012년 동시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공영언론사 사장을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는 현재 제도 아래서는 실질적인 정치적 중립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2019년 언론노조가 대통령 직속 미디어제도개혁위원회 설치를 요구했고, 정부도 동의했지만 아직 실현은 되지 않고 있다.

기자들의 받아쓰기 관행과 기계적인 중립성도 저자가 보기에 언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크게 한몫하는 부분이다.

특히 선거철에 두드러지는데,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직 기자들이 특히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받아쓰기는) 각 정당 후보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발언 등을 평가나 해석 없이 그대로 받아써 기사화하는 경우를 주로 말한다. 정당이나 후보 측 입장을 따옴표 안에 담아 전달만 하고 판단은 유권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런 언론 생리를 꿰뚫어 보는 후보 측은 과장된 내용이나 교묘하게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발표를 하거나 보도자료를 내는데 이를 그대로 기사로 내면 가짜뉴스가 될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134쪽)

기계적인 중립 혹은 기계적인 균형은 언론 내부에서도 오랜 고민거리다.

"문제는 정확히 기사 자수나 단락 수까지 맞추고 편향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판단이나 평가는 하지 않고 독자나 시청자가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갈등이 격화된 사안을 취재한 뒤 양쪽 당사자 모두가 잘못이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마는 기계적 양비론도 마찬가지다." (139쪽)

저자는 받아쓰기와 기계적 중립과 관련해 현재 언론계 내부에서 활발한 출입처 제도 폐지와 '팩트 체크' 활성화 논의도 짚어준다.

가짜뉴스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내리기는 어렵다. 저자의 생각처럼 신뢰받는 언론이 되는 길은 언론 내부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가짜 언론을 구별해 내는 시민 사회의 성숙과 나란히 걸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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