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간 검증 못할 공약 전달하기보다
유권자가 듣고 싶은 답 후보에 요구할 것

2016년 이맘때다. 창원시청에서는 총선 예비후보 기자회견이 자주 열렸다. 5개 선거구 후보가 찾는 시청 프레스센터다. 총선 시기면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다 잠깐 먹고 돌아서는 맛집 같은 곳이 된다. 물론 혹할 만한 메뉴를 꺼내야 하는 쪽은 후보다. 유난히 '○○시티' 공약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의기양양하게 진해 해군 시설을 '○○시티'로 조성하겠다는 한 예비후보에게 물었다.

"후보님, '○○시티'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데 지역에 사례가 될 만한 곳이 있습니까?"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아세요?"

그는 아느냐는 질문을 모를 것이라는 표정으로 했다.

"압니다."
"어떻게 아세요?"
"거기 살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유력 정당 후보로 낙점받는 게 먼저였다. 조직만 정비하고 제 것으로 만들면 전략을 짤 것도 없다. 상대 정당과 후보를 깎아내리고 지역감정에 적당히 올라타면 그만이던 때였다. 이에 염증을 느낀 시민은 공약을 주문했고 검증에 발 벗고 나섰다. 조직적인 시민운동으로 '매니페스토'가 언급된 게 2000년대 중반이다.

큰 흐름은 선거 보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후보 뒤만 쫓아 입만 바라보는 취재는 독자 수준과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공약을 주문하고 검증하는 기획은 선거를 거듭하면서 정교해졌다. 후보 역시 이 정도 변화는 놓치지 않았다. 구호 수준이던 공약은 지금은 예산 규모와 진행 과정까지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정책 검증은 해마다 더욱 분명해지고 정교해졌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그게 아니라는 근거는 당시 또 다른 '시티 공약'을 내세웠던 현역 의원이다. 2016년 보도를 조금만 뒤지면 검증이 의미 없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다.

다시 4년 전 '○○시티' 공약으로 돌아가 보자. 예비후보는 예산 규모와 접촉할 정부 부처, 단계별 추진 일정에 조감도까지 내밀었다. 몇백억 단위 예산은 적절한가? 해당 부처 협조는 얻을 수 있나? 일정에는 문제가 없나? 그보다 시티 공약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검증할 수 없다'였다. 후보에게 답을 듣고 나서는 '검증할 이유도 없다'고 확신했다. 당시 보도 책임자에게 후보 홍보는 후보에게 맡기고(각자 SNS도 잘하니) 우리는 유권자가 듣고 싶은 답을 후보에게 듣자고 제안했다. 담당 부장과 편집국장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의도한 기획을 진행했다.

총선 기간이다. 신문에 출마를 알리는 예비후보 얼굴이 매일 등장한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도 잦다. 최근 편집국 회의에서 후보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공약 기자회견을 짧게 신문에 게재하는 보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꼬아서 말했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자기 홍보는 자기 스피커로,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스피커로. 이를테면 자유한국당 후보가 확정되면 그에게 이 질문은 꼭 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없애겠다는 당 방침에 동의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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