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낙하산" 날 세웠지만
무게감 비슷한 대항마 없어
전략공천 불가피해 속내 복잡

"이제 공은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설 연휴 직전 양산 출마를 결심하면서 지역정가 관심은 한국당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한국당은 서형수 국회의원 불출마로 양산 을 선거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민주당 방침에 대해 지역 여론을 무시하는 '낙하산 공천'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여기에 김 의원 출마로 윤곽이 잡히자 정치적 욕심에 도지사도 버리고 김포도 버린 '철새 정치인'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마을 이장에서 시작해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 의원과 경쟁을 펼칠 지역 출신 예비후보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김 의원 출마 결정 이후 험지 출마를 압박받아온 김태호·홍준표 두 전직 도지사가 지역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지역 연고가 없다는 약점을 공격해왔지만 정작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역시 전략공천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사실 양산은 인구 대부분이 유입되면서 성장한 도시라 지역 연고를 둘러싼 논란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발휘할지 미지수"라며 "오히려 지역 발전을 이끌 능력을 선택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민주당 지역위원회 관계자 역시 "김두관 의원 출마로 고민이 많아진 것은 한국당"이라며 "한국당이 김 의원에 맞서 전략공천한다면 지역 연고가 없다는 공격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전직 도지사 간 경쟁으로 양산이 더욱 주목받는 선거구가 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4·15 총선에서 양산지역 출마 결심을 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60·김포 갑·가운데) 국회의원이 24일 경남을 방문했다. 김두관 의원이 김해공항으로 마중나온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 등과 만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4·15 총선에서 양산지역 출마 결심을 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60·김포 갑·가운데) 국회의원이 24일 경남을 방문했다. 김두관 의원이 김해공항으로 마중나온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 등과 만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김 의원 출마를 바라보는 민주당 지지층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상징성 때문에 전략공천 가능성이 컸지만 처음 '김두관'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만 해도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이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부산·울산 변방에 있는 양산이 새로운 발전 동력을 얻으려면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더하려는 지지세력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낙동강벨트'로 불리는 부산 북부와 양산·김해를 잇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지층의 전략적 판단이 김 의원 출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김 의원이 지지층을 결집하려면 도지사 중도사퇴로 홍준표 체제를 불러왔다는 정서적 반감부터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4일 김해공항에서 김 의원은 "경남에 빚이 많다. 두 배 세 배 빚을 갚고자 열심히 하겠다"며 지지층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당내 반발도 김 의원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역 활동을 펼쳐온 박대조·임재춘 예비후보가 공정한 경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예비후보뿐만 아니라 여전히 김 의원 출마에 부정적인 여론도 남아 있다.

게다가 '남해' 출신이라는 점도 김 의원에게 부담이다. 앞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양산에 출마했을 때 여야는 지금과 정반대 태도를 보였다. 2009년 10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박 전 의장 역시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에도 '큰 일꾼'이라는 점을 내세워 당선되고 국회의장까지 지냈다. 그런데 박 전 의장 역시 김 의원과 같은 남해 출신이다. 김 의원 출마설이 나오자 '양산은 남해 속지'라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이 같은 걸림돌에도 김 의원 출마로 말미암아 그동안 안갯속에 가려왔던 총선 경쟁 구도 신호탄을 민주당이 먼저 쏘아 올리며 기선 제압에 나선 가운데 이제 공은 한국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지역정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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