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권·책임정치 강화
인적 교체·쇄신만으론 한계
다양한 세력 국회 진출 단초
의원 특권 폐지 등 수반돼야

국회에 대한 평가에는 항상 '최악'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지만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 평가는 더 야박합니다. 변화와 쇄신에 대한 기대가 더 컸지만 국회는 정당과 기득권 논리에 파묻혀 개혁의 흐름에 역행하고 국민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의 이념 전쟁터에 국민을 끌어들여 여론을 양극화하고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80일가량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대 국회를 평가하고 21대 국회에서 요구되는 쇄신에 대한 기대를 짚어봅니다. 

지난 연말과 연초, 국민들은 대립과 갈등으로만 점철된 국회를 본 것이 아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목소리가 크긴 했지만, 한편에서는 꾸준히 협상과 타협을 이어가는 '4+1 협의체'라는 이름의 정치 기구가 가동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참여한 4+1 협의체에 한국당은 예의 "근거도 권한도 없는 정체불명의 야합세력"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4+1 측은 그러나 다수결의 원리가 중심인 국회에서 정치세력 간 정책 및 입법 연대는 당연한 것이라며 어떤 불법성도 없다고 맞섰고, 다소 충돌은 있었으나 결국 국회는 민생·경제 법안 198건 처리 등 시급한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었다.

◇국회 제도 개선책 = 이 같은 국회의 모습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으로 더욱 강화될 다당제 정치체제의 미래를 짐작게 한다. 기존에는 민주당과 한국당 두 거대 정당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하고 버티면 국회가 꼼짝도 못할 때가 많았으나, 이제는 양자 또는 다자 간 대화와 타협, 공조를 통해 '원내 과반'을 확보하는 일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국회 진출이 기대되는 연동형 비례제뿐만이 아니다. 정치의 정상화, 협치의 일상화를 위한 제도적 고민과 대안은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 숱하게 논의돼온 주제다. 원내 진입장벽(정당득표 3% 이상) 최소화,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상시국회 제도화 및 각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정례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기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국민 주권 및 책임정치를 강화하는 방안과 국회의원 특권 폐지 역시 극단의 정치를 제어할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국민소환제도 등을 도입해 국회의원을 상시 견제하면 지지층만을 의식한 퇴행적 정치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또 국회의원 세비 인하 및 동결, 보좌진 축소,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등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대안은 국회의원 스스로 적극 나서야 현실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1당 교체에 정권교체, 촛불시민혁명까지 겪었던 20대 국회만 봐도 그렇다. 여야 모두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약속했지만 20대에서 바뀐 것은 △상임위원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특수활동비 폐지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 개선 △국무위원 겸직 의원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지급 제외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 제한 정도에 불과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노력으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성과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질 때 잠깐 보여주기식 개혁경쟁이 이뤄지는 듯하다가 잠잠해지면 흐지부지 끝나고 마는 익숙한 상황이 반복됐다"고 했다.

▲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 설치법안 수정안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 설치법안 수정안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적 쇄신·교체 중요성 = 오는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속칭 '물갈이'로도 불리는 인적 쇄신·교체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건 그 때문이다. KBS·한국리서치가 지난 18~21일 진행한 총선 관련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을 다시 뽑겠다'(24.8%)는 응답보다 '다른 인물을 뽑겠다'(51.4%)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특히 그중에서도 경남·부산·울산 지역 교체 여론(60.5%)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문제는 누구를 왜 바꿔야 하는지 그 이유와 기준일 텐데, 논란은 있지만 일단 무시할 수 없는 게 국회의원 당선 횟수, 즉 선수다.

입법감시 전문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20대 국회 3차 연도(2018년 5월 30일~2019년 5월 29일) 기간 전체 국회의원 300여 명의 본회의 재석률 및 상임위 출석률과 통과된 발의 법안 건수, 국정감사 성적, 법안 투표율 등 의정활동 성적을 종합평가한 결과, 5선 이상 국회의원이 평균 점수 51.28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한 반면 재선 의원이 71.47점으로 가장 높았고 초선(70.67점)-3선(60.82점)-4선(56.57점) 의원이 뒤를 이었다.

경남만 봐도 총점 98.51점으로 도내 1위, 전체 의원 중 12위를 차지한 민홍철(민주당·김해 갑·재선) 의원을 비롯해 상위권에 속한 의원은 김한표(한국당·거제·재선) 의원과 엄용수(한국당·밀양·의령·함안·창녕) 전 의원 등 초·재선이 다수였다.

경남도민일보가 매해 진행하는 국정감사 종합평가 결과 역시 마찬가지여서, 서형수(민주당·양산 을)·박완수(한국당·창원 의창)·윤한홍(한국당·창원 마산회원) 의원 등 20대 국회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의원 전원이 초선이었다.

물론 선수 중심 교체론에 이견도 없지 않다. 단적으로 위에 언급된 엄용수 전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 평가는 괜찮았으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를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경남 한 다선 의원은 또 "지역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선 경험 많은 의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주민 여론"이라고 주장한다.

유권자 개개인 모두가 자신만의 투표 기준이 있겠지만 꼭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본 기획의 중심 주제이기도 한 '협치'에 적합한 정치인이다. 지난 연말과 연초 국회 충돌 과정에서 보았듯이, 상대에 대한 존중도, 대화와 타협에 대한 의지도 감각도 없이 적대의 언어를 습관처럼 휘두르는 정치인은 국민 다수를 지치게 만들고 정치 환멸만 부추길 뿐이다.

경남에도 툭하면 네 편 내 편 할 것 없이 막말과 폭언,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서 정치 재기를 노리고 있다.

홍 전 대표 같은 인사가 국회를 채우고 정치를 주도하는 한 국민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개', '쓰레기',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밖에 없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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