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배경 코미디 영화
한여름 탈 쓰고 위장근무
동물권·일자리 문제 녹여

경상대 김예진, 조아름 학생은 지금 한 달 정도 경남도민일보에서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설 연휴에 하는 영화 중에 뭐가 젤 기대되느냐고 물었을 때 동시에 나온 대답이 <해치지 않아>였습니다. 얼핏 유치한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실습생들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라고 설명하더군요. 그러면 직접 영화를 보고 후기를 한번 써보라 제안을 했습니다. 둘이 쓴 글을 어색하지 않게 잘 연결하니 제법 괜찮은 영화리뷰가 됐네요. /편집자

"제가 책임지고 동물원 살리겠습니다." 운영비가 모자라서 사람은 해고하고 동물조차 파는 마당에 주인공 강태수(안재홍)는 쓰러져가는 동물원을 살려야 인생이 피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비정규직이지만 동물원을 살리면 거대 로펌에 자기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산파크'의 새 원장이 된 강태수는 동물 없는 동물원을 살리고자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게 된다. 직원들에게 북극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 탈을 쓰게 하여 위장근무를 시킨 것이다. 직원들 각자 성격과 맡은 동물 특성이 일치하면서 나타나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더한다.

▲ 동물원을 살려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동물권 등을 다룬 영화 <해치지 않아>의 장면들.  /스틸컷
▲ 동물원을 살려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동물권 등을 다룬 영화 <해치지 않아>의 장면들. /스틸컷

한여름에 북극곰 탈을 쓰고 있으려니 목구멍이 타오르고, 관광객이 던져준 시원한 콜라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결국, 콜라를 들이켜던 가짜 북극곰 영상이 SNS를 타면서 동물원은 전에 없던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했던 일이지만 손님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직원들도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러나 이 동물원, 그냥 동물원이 아니다. 새롭게 건설되는 리조트의 골프장 위치가 바로 이 '동산 파크'다. 이를 눈치 채고 누군가 망해가는 동산파크를 싸게 사들여 '알박기'한 것이다. 과연 동물 탈 쓴 가짜 동물들과 그나마 남아있는 진짜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우후죽순 생겨나는 동물카페에서는 이상한 반복 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마주할 수 있다. 한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라쿤, 벽에 자꾸 머리를 박는 미어캣, 몸을 비틀어대는 페럿 등. 야생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이 좁은 공간 안에 갇혀 정신질환을 보인다.

영화 <해치지 않아>는 작게는 동물카페, 크게는 동물원에 대한 깊은 고민이 녹아있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관광객들은 직원들이 극사실주의 동물 탈을 썼다고 상상도 못한다. 그저 콜라 광고에 등장하는 북극곰이 콜라를 마시는 것처럼 실제로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을 구경하려 몰려든다. 북극곰은 안중에도 없다. 북극곰이 콜라병을 맞을지도 모르는데 마구 던져대고, 건강에 위협이 될 여지가 충분하지만 콜라를 궤짝으로 제공한다. 결국 사람을 즐겁게 할 쇼 하나를 동물에 기대한다. 극 중 주인공 강태수는 또 다른 주인공 한소원(강소라)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정형 행동이라고 하죠?" "사람으로 따지면 정신병 같은 거죠." 어린이에게 새로운 경험이라는 이유로, 신기하고 귀엽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은 동물원을 찾고 더 가까이 있는 동물카페를 찾는다. 그러나 이 때문에 동물들은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해치지 않아>에서 이를 제시하고 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환경을 보여준다. 동물이 본능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구성하고, 그도 부족하다면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탈을 쓴 배우들은 자기 탈과 닮았다. 미묘하게 닮아 자신들에게 가장 알맞은 옷을 입었다고 느꼈다. 다만 강태수와 한소원을 제외한 다른 배역들은 조금 더 캐릭터성이 살아나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해치지 않아>는 동명 다음 웹툰이 원작으로 지난 15일 개봉했다.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참 순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우러난 내용은 다양하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동물권 문제뿐만 아니라 큰 자본 때문에 내몰리는 사람들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약 100분 동안 웃다 영화가 끝나면 그 많은 질문이 남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