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강호동 배출한 명가
침체 겪다 지난해부터 부활
유튜브·TV예능 훈풍 타고
올해 도약 목표로 구슬땀

다시 씨름 바람이 분다. 유튜브 시대와 맞물려 부활 조짐을 보이던 씨름은 예능 프로그램과 만나 기지개를 활짝 켰다. 최전성기였던 1980∼1990년대에는 아직 못 미치나 '이 좋은 걸 그동안 할배들만 보고 있었네'라는 누리꾼 댓글이 보여주듯, 젊은층이 대거 팬으로 유입된 건 고무적이다. 이번 설 연휴 열리는 설날장사씨름대회(22∼27일)도 그 흐름에 맞춰 팬을 반갑게 찾을 예정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씨름 선수들도 미래 스타 자리를 바라보며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마산용마고 씨름부도 그중 하나다. 아니, 그동안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던 이들은 이제 다시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철 고성으로 떠나 전지훈련 중인 그들을 만났다.

김성률, 이승삼, 이만기, 강호동, 모제욱. 씨름판을 휘저은 옛 스타가 말해주듯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는 씨름판에서는 전통의 명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모래판에서 마산용마고 이름은 잊혔다. IMF 외환위기로 흔들린 씨름단 운영과 무게씨름 강세가 발단이 된 씨름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한 탓이다. 정진환(44) 마산용마고 씨름부 감독 말이다.

▲ 정진환(뒷줄 맨 오른쪽) 감독이 이끄는 마산용마고 씨름부.  /이창언 기자
▲ 정진환(뒷줄 맨 오른쪽) 감독이 이끄는 마산용마고 씨름부. /이창언 기자

"6년 전 모교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씨름부 감독을 맡았을 때, 선수가 3명에 불과했어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씨름부 선수만 서른 명이 훌쩍 넘었는데 말이죠. 같은 학교 야구부가 늘 북적북적한 걸 보며 내심 부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묵묵히 버텼죠."

마산용마고 씨름부가 서서히 옛 위용을 찾아간 건 지난해부터다. 제73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3위에 오른 덕분이다. 물론 이전에도 전국체전이나 대통령기, 증평인삼배 개인전에서 메달을 거머쥔 마산용마고다. 그럼에도 정 감독은 단체전 성과를 유독 강조했다.

"경장급부터 장사급까지, 7체급 모두 뛰는 단체전(체급별 3판 2선승제, 전체 7판 4선승제)은 결국 팀 전체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잖아요. 같은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골고루 잘하면 감독으로서 기쁠 수밖에 없죠. 자연히 올해 목표도 단체전 우승으로 잡았어요. 감독으로선, 선수들이 쳐주는 헹가래 한 번 타보는 게 꿈이죠."

정 감독은 올해 고교 씨름판을 '6강 싸움'이라 봤다. 공주생명과학고, 문경 문창고, 부산 반여고, 대구 영신고, 인천 부평고가 마산용마고 라이벌이다. 이들을 넘고자 마산용마고 씨름부는 겨울 비시즌 동안 고성에서 체력-기술-웨이트 훈련을 반복했다. 고성으로 전지훈련을 온 다른 지역팀과 대결도 꾸준히 했다.

▲ 지난 16일 고성 씨름전용 경기장에서 마산용마고를 비롯한 전국 중·고교 씨름팀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 지난 16일 고성 씨름전용 경기장에서 마산용마고를 비롯한 전국 중·고교 씨름팀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창언 기자

"올해 마산용마고 씨름부는 14명으로 꾸렸어요. 마산·김해 등 비교적 가까운 지역 외에 거제·거창·산청 등에서 오로지 씨름 하나만을 보며 진학한 친구들도 있죠. 가능하면 모든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아야죠."

오랜 기간 침체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마산용마고 씨름부와 정 감독은 그래도 '마산에서 씨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무학·교방초-마산중-마산용마고-경남대-창원시청으로 이어지는 연계 육성 길이 잘 마련돼 있는 데 더해 마산만의 씨름 특색을 체험할 수 있는 덕분이다.

"예전부터 마산은 기술씨름으로 이름을 날렸잖아요. 그 기술을 앞세워 장사 여럿을 배출했고요. 반복된 훈련으로 기술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몸이 먼저 기억하게 하는 게 마산 씨름이죠. 연습 과정은 고될지 몰라도, 한 번 눈을 뜨면 평생 기억할 수 있는 게 마산의 기술 씨름이에요. 우리만의 장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모래판을 뒤집어 봐야죠."

한편 올해 경남 도민은 창녕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민속씨름리그 5차 대회를 열었던 창녕이 올해는 8월 학산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 이 외에도 올해 씨름대회는 설·단오·추석·천하 장사 등 민속씨름대회를 비롯해 전국체전·대통령기 등 일반 대회까지 20차례 이상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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