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초한 양국 간 긴장상태
신라부터 이어온 우정 깨는 파병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우리 반 반장은 공부도 잘했고 키도 크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얼굴도 유난히 희었다. 다른 집 아궁이에 깔비 등 자연 연료를 쓸 때 반장네 집은 연탄을 사용하는 문명 개화한 부잣집이었다. 60여 명 되는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했는데 학교를 오갈 때 반장의 가방을 들어주는 이도 있었다. 혹시 그 무리에서 이탈하는 아이가 있으면 자기 패거리 아이를 보내 싸움을 시키기도 하고 따돌렸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은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연탄불에 설탕을 녹인 '오리떼기'를 해서 먹었다.

한국군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50년 전 우리네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 국제 질서가 이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힘센 미국의 강권에 못 이겨서 울며 겨자 먹기로 파병을 하면서 국익을 위하여 파병한다고 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연 170여 척의 배가 900여 차례 항해를 한다. 그런데 이란군이 이 원유 수송선에 해코지한 사실이 없다.

현재의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사실 미국이 자초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2015년 체결한 이란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2018년 5월 8일 일방적으로 탈퇴해 대 이란 제재를 복원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트럼프가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목적에 의하여 이란군 최고 사령관 가셈 술레이마니를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암살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의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의 반격에 초긴장 상태에서 대비하던 이란군 방공망은 오발로 테헤란발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를 격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 핵 합의에 가담했던 프랑스·영국·독일·유럽연합 등을 끌어들여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체)를 구성하면서 일본과 한국도 가담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해외 파병의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자. 제2조 한미 양국의 정치적 독립과 안정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의 무력 침공 위기가 발생하면 상호 협의해 대응한다. 제3조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느 한쪽이 군사적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하면 헌법 절차를 밟아 참전을 결정한다.

보다시피 현재 상황이 조약에 명시한 상황과 일치하는가? 이란의 위기는 미국이 자초한 일이 아닌가? 미군과 대치하는 세계 곳곳의 분쟁 상황에 미국이 요청하면 한국은 그때마다 응해야 하는가? 또 호르무즈 해협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인가? 한국군 파병은 헌법적 절차를 거쳤는가?

'아니올시다'이다. 또 한국은 애초에 이란 핵 합의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한국군 파병은 국익과도 배치된다. 군사 전문가에 따르면 청해부대로는 독자적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군은 유사시에 IMSC에 엮이게 마련이고 그러면 이란에 적대시된다.

이란에 적대시되고서야 이란·이라크 등에 체류하는 2700여 명 한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겠는가?

이란 국민은 현재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신라 때부터 그랬다. 이라크 파병이 잘못이었듯이 이란 파병도 앞으로나 뒤로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도 옳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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