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돌아왔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오순도순 그동안 못다 한 얘기도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모두 다 그렇지는 않다. 최근 조사에서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이 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중 기혼여성은 70.9%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경제적 부담과 가사노동 스트레스이다. 여성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명절 연휴 '독박' 가사노동에 대한 불평이 가득하다. 성차별이 완화하고 현대사회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지만,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지워진 가사노동 등 성 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명절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명절이 오히려 가족의 갈등과 불편함을 키우고 있다면 문제다.

성 평등 명절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연다. 하지만 "평등 명절이 뭔가?" "남자는 묘사하러 가는데 여자는 왜 안 가냐" 등 캠페인 참여자로부터 간혹 질문을 받는다.

전통적인 남녀의 성 역할에 갇혀 있는 이상 명절 문화도 바꾸기 어렵다. 이에 개인과 가족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기존 불평등구조와 문화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015년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의 이념은 개인 존엄과 인권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는 '가족'이 개인의 존엄과 인권 존중, 성차별 의식과 관행 해소, 남녀의 동등한 참여와 책임, 권리가 공유되어야 할 공간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가부장적인 가족 규범이 공고하게 유지되어온 탓에 한국의 가족에는 세대 간, 젠더 간 불평등이 존재한다.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평등한 관계와 권리,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존중하는 가족친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양성평등 문화, 가족 친화 문화 확산을 위한 가족사랑 캠페인, 일·가정 양립을 위한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찾아가는 아버지 교육, 청소년 대상 예비 부모교육 등을 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삶의 패턴도 계속 같은 방법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불평등한 명절 풍습이 현재까지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후대에 계승해줄 우리의 가족문화는 점점 쇠퇴할 것이다. 이번 명절은 누구나 평등하게 즐거움을 누리는 의미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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