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어업인…14년 금융맨 경험
신청사 건립 연말에 착공 목표
내실 경영·손실 흡수능력 강화
해양환경 개선 자원 확보 매진

 

"깨끗하고 정직한 조합장이 되겠다."

최기철(58) 마산수협 조합장은 '깨끗, 정직, 능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치른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7 대 1 최다 경쟁률을 뚫고 조합장 자리에 오른 그는 취임 이후 이 같은 원칙을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최 조합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경영으로 마산수협의 크고 작은 새로운 변화를 일구고, 도약과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는 각오다. 새해 어업인들의 풍어 만선과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초매식(29일)을 앞두고 최 조합장을 만나 마산수협 운영 방안과 앞으로 사업 계획 등을 들어봤다.

-마산수협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마산수협은 1944년 '마산어업조합'으로 설립됐다. 75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합원은 1950명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진동면을 제외한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 성산구, 의창구 일원을 업무구역으로 하고 있다. 안전조업·후계자 양성 등 지도사업과 공판·구매·가공 등 경제사업을 비롯해 여·수신 신용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치른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화제였는데.

"마산수협 조합장 선거는 7명이 출마하면서 7 대 1 경쟁률을 보였다. 수협과 농·축협, 산림조합 통틀어 최다 경쟁률이다. 전체 1623표 중 461표(28.4%)를 획득해 당선됐다. 막상 조합장 자리에 오르고 나니 책임감이 무겁다. 수협 직원들과 조합원, 어업인들을 만나면서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사명감을 느끼기도 한다."

-당시 조합원들과 직원들에게 약속한 공약은 무엇인가?

"변화의 시대에 맞춰 마산수협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조직기구 개편을 통한 업무 효율화 △적자부서·경제사업구조의 재편 △영업점시설 현대화와 역세권 점포 신설 △직원들 업무 효율성 향상 등을 약속했다. 또 '돈 버는 바다, 잘 사는 어업인, 다시 뛰는 마산수협'을 슬로건으로 △조합원의 염원인 출자배당 임기 내 조기 실현 △결손금 처리기한까지 조합장 상여금 반납 △조합원들의 복지·복리향상의 제도화 △마산수협의 조기 정상화를 내걸었다. 임기 내 공약을 완수하고자 노력 중이다. 탁상경영이 아닌 소통하는 경영, 발로 뛰는 현장경영에 주력할 방침이다."

-'변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면.

"수협은 시중은행 중에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더욱 크다. 직원들 복지도 많이 뒤처져 있다. 수협의 보수적인 관행을 깨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금융시장과 조직문화가 얼마나 빨리 변하느냐. 수협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직원, 조합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변화를 꾀하겠다."

-후보 시절 '깨끗, 정직, 능력' 원칙을 내세웠는데.

"오너가 잘못하면 직원들 사기 떨어진다. 조합장과 관련해 '검은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조합장의 청렴의무는 수협 생존과 직결된다. 그렇지 않은 '깨끗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깨끗한 거' 하나는 자신 있다. 임기 내 '건강한 수협, 깨끗한 수협'을 만드는 게 목표다. 임기 마치면서 '역대 조합장 중 최기철만큼 깨끗한 사람 없었다' 소리 한 번 들었으면 한다."

-마산수협의 현안과 과제는 무엇인가?

"당면 문제 중 가장 큰 과제는 수협 신청사 건립이다. 마산항 방재언덕 공사로 수협 앞이 매립되면서 배가 바로 접안할 수 없는 등 수협 업무기능이 어려워졌다. 현재 방제언덕 매립부지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말 착공, 내년 연말 준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경제성, 효율성 제고는 물론 어업인·위판 관련자들의 요구사항도 파악하고 반영해야 한다. 다른 어떤 사업보다 중요한 과제다."

▲ 최기철 마산수협 조합장은 '청렴의무'를 가장 중요하게 손꼽았다. 최 조합장은
▲ 최기철 마산수협 조합장은 '청렴의무'를 가장 중요하게 손꼽았다. 최 조합장은 "건강한 수협, 깨끗한 수협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역대 조합장 중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으로 임기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문정민 기자

-현재 지역 어업인들의 어업환경은 어떤가?

"창원지역 인근 바다는 부산신항 개발, 바닷모래 채취, 각종 간척 사업, 해상 풍력 발전 등 해양 생태계·환경 파괴 행위가 지속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어장 자원과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어업인들이 어업을 본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어업인 노령화와 어업 종사 인구감소 등으로 영세 어업인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어느 때보다 수협의 역할이 중요한데.

"수협은 어업인들의 자조 조직으로서 어민과 수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어민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이 같은 수협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경영 건전성의 조기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어민을 스스로 보호할 힘 있는 강한 수협을 만들겠다. 수산자원 조성과 회복을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 수산 종자 방류, 어장 정화 활동, 폐어구 수거 활동 등 해양환경 개선 노력에 앞장서겠다."

-수협 경영 목표와 앞으로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수협 경영 목표는 당연히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이다. '잘사는 수협·부자 어촌계·행복한 조합'을 목표로 수협을 운영할 계획이다. 단순히 덩치나 규모를 키우는 데서 벗어나 철저히 원가분석에 기반을 둔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 또 수협의 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조합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 능력을 키울 것이다. 가공사업의 마케팅 능력 확보와 신 판로 개척에도 주력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수산인으로서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나.

"마산 구산면에서 수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조부와 선친이 어업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사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절대 어업에 관련된 일을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1988년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4년간 은행원의 삶을 이어가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직장을 떠났다.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처지에서 돌아갈 곳이라는 결국 바다뿐이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홍합 양식장을 따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산인의 길로 들어섰다."

-조합장 혹은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바다의 품에서 태어났지만 그 곁을 떠났었다. 바다는 다시 돌아온 나를 따뜻하게 품어 줬다. 바다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풍요로운 바다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염원이 있다면 바다를 잘 가꾸고 보전해 자손만대까지 물려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조합원들과 지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은?

"마산수협은 지난 10여 년간 유난히도 어려웠고 내부 구성원 간 갈등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경영실적을 거두면서 조합원들에게도 송구스러운 마음 그지없다. 2020년 새해에는 주어진 사명을 다해 진정으로 어업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산수협을 만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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