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퇴임 후의 삶터
여러 여건 차이에도 '비교·기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을 찾기 전까지 김해 봉하마을은 여느 평범한 시골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고향에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귀향한 노 전 대통령 뜻에 따라 봉하마을은 친환경 농업을 도입하고, 마을을 정비하는 등 해마다 전국에서 수많은 이가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했던 이곳은 노 전 대통령 흔적을 찾는 진보세력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봉하마을에 이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양산 매곡마을이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매곡마을은 경남 가장 동쪽 끝에 있는 산골마을이다. 인근 지역이 공단과 아파트 단지 등으로 변해갈 때도 매곡마을은 외딴 섬처럼 남았다는 점에서 이전 봉하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봉하마을 변화를 지켜본 사람들은 퇴임 후 다시 매곡마을로 와 살겠다는 문 대통령 약속이 이곳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한다. 선거를 앞두고 매곡마을이 있는 양산 을 선거구 공천 과정부터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물론 봉하마을과 매곡마을은 차이가 있다. 고향을 변화시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이 매곡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한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한다든지 그런 것을 일체 하고 싶지 않다"면서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기질 차이처럼 봉하마을과 매곡마을 환경도 다르다. 너른 들판을 앞에 둔 봉하마을과 달리 매곡마을은 산과 계곡 사이에 숨어 있다. 매곡마을에서 대통령 사저를 잇는 길은 차량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아 최근에야 양산시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퇴임 후 매곡마을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경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경호처가 난감해할 정도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하지만, 대통령 사저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은 매곡마을 역시 봉하마을처럼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여전히 보내고 있다. 그 변화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현역인 서형수 의원이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이곳을 전략공천지역으로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조국·윤건영·김두관 등 유력인사 이름이 거론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정이다.

이 같은 결정에도 김해와 더불어 양산을 새로운 여당도시로 만들려는 민주당은 대통령 사저가 있는 이곳에 눈에 띄는 후보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곁을 지켰던 김경수 도지사나 김정호 의원과 같은 사람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봉하마을과 매곡마을은 또 다른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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