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은 광양시와 공동으로 지난해부터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하려고 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고 한다. 하동군의 전통차 농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등재 이후 발생하는 효과나 영향력도 이미 계산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초 지자체가 지역의 문화나 풍습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역사회 환경과 풍습을 담고 있는 유형의 자산은 쉽게 관광 자원화할 수는 있지만, 농·어업 기술이나 방식과 같은 무형자산은 이해와 공감대를 마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12년부터 정부는 오랫동안 형성되어 오면서 보전 가치도 있는 유형·무형의 농업자원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완도 청산도의 '구들장 논', 제주의 '밭담', 금산의 '전통 인삼농업' 등이다.

농업유산 지정이라는 사업은 국제연합(UN) 산하 기구인 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이라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파생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식량농업기구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 관련 의지를 담으면서, 환경과 상호적응이라는 과정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토지이용 시스템을 권장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GIAHS는 인간 공동체와 영토, 문화·농업 경관, 생물물리학적 환경, 폭넓은 사회적 환경 간에 형성되는 역동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따라서 GIAHS는 지속가능한 관리와 생존력 제고라는 가치를 실현하면서 농업생물 다양성과 이와 관련된 지식시스템을 보호하는 걸 우선 목표로 한다. 물론 GIAHS를 통해 소득 창출이나 경제적 파생 가치도 높아질 개연성도 존재한다. 하동군이 섬진강 재첩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 기회로 여기는 게 결코 지나친 기대가 아닐 수도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다고 해서 지역사회 발전이 자동으로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발전의 계기와 기회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또한 과거처럼 개발지상주의가 아니라 과거의 유산을 보전하고 승계하는 게 우선시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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