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변론 재개 이유 밝혀
대선서 김 지사 역할 쟁점으로
선고는 총선 이후로 미뤄질 듯

김경수 도지사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의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공모(공동정범) 여부가 불확실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21일 재개된 항소심 14차 공판에서 "그간 재판에서 쌍방이 주장하고 심리한 내용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피고인(김경수)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하고,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는지에 집중됐다.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됐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심에 이어 2심 최대 쟁점이었던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관 여부가 가려져 언뜻 유죄가 확정된 듯하지만 재판부 설명은 달랐다.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과 특검, 피고인 증언을 바탕으로 드루킹과 공동정범 성립 여부, 유죄로 될 관여 정도, 공직선거법 위반 정도 등을 판단하고자 했지만,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들이 성립할 수 있어 추가적인 공방과 심리를 하지 않고서는 최종적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봤다"며 "대법원 판례는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에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즉, 김 지사가 드루킹 측이 킹크랩 등을 이용해 불법 댓글조작을 한 사실을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무죄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를 돕던 피고인이 댓글조작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드루킹 측에 공직을 제시했는지를 봐야 하는, 우리 사회 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이라며 "이런 중요성으로 다른 사건에 비해 어떤 예단도 없이 깊이 고민했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 노력했지만, 예정된 선고기일(1월 21일)에 선고하지 못하고 변론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려 매우 죄송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 킹크랩 시연에 관여했음을 전제로 하는 추가적 심리에 나설 수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재판부가 요구한 부분에 관한 주장과 증명을 해달라"며 "그 심리 결과는 피고인의 죄 성립 여부, 책임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이날 꼽은 추가 심리 주요 쟁점은 △2016년 11월 킹크랩 시연회 후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드루킹 측 진술의 신빙성 △드루킹이 '단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 여부 △드루킹이 언론기사 목록과 함께 '처리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김 지사가 문제 삼지 않은 이유 △19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민주당을 위해 김 지사가 주요하게 한 역할 △문재인 대선 캠프 내 여론형성 조직 종류와 형태(드루킹 조직과 유사성 여부) △댓글조작 범행 사례 중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 등이다.

이날 재판부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김 지사의 역할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를 근거로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특검과 김 지사 측 의견서를 다음 달 21일까지 제출받고, 3월 4일까지 양측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다시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으며 다음 공판기일은 3월 10일로 지정했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 참관 등이 사실로 인정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 변호인은 이날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변호인 입장에서 다소 의외의 재판부 측 변론 재개 사유 설명이었다"며 "킹크랩 시연에 대한 진전된 자료나 의견으로 오해가 없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재판부가 잠정적 심증을 제시했다고 해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드루킹 사건 관련 김 지사 항소심 선고는 4·15 총선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1심은 지난해 1월 선고공판에서 김 지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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