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많은 시간 보내는 현대인
직장 괴롭힘 못 잡는 법, 개정 절실

'군대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는 말이 있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최근 지인 중에는 '회사 쪽으로 가면 답답해서 숨을 못 쉬겠다'는 이와 '쉬는 날은 회사 방향으로 지나가기도 싫다'는 이가 있다. 직장 사람들과 원만하지 않은 관계 또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다. 그 아픔을 일일이 굽어 헤아릴 수는 없지만 대충 사연을 들어 알고 있기에 '많이 힘들었구나', '얼마나 답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연일 중요 뉴스로 '직장 내 괴롭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경상대병원 전·현직 간호사 80여 명은 의사 두 명으로부터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다. 이미 많은 간호사가 퇴사를 했고 그 과정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처는 옹이처럼 마음 한편에 박혀 있을 것이다.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밀양의 한국화이바에 다니던 30대 노동자는 상사의 갑질에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회사가 어떻게 사건을 처리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실효성 논란만 증폭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모두 1947건 접수됐지만 이 중 검찰까지 넘어간 것은 9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법에는 사용자에게 조사 과정, 행위자 처벌,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맡겨놓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요구처럼 고용노동부 지청마다 '전담 부서'를 둬 직장 갑질 예방과 조사·근로감독 권한을 주고, 회사의 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

실효성 떨어지는 법이 마련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 잘못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동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히 직장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 문제 정도로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 사회 문화적인 문제다. 결코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위의 사례처럼 산업재해나 부당해고보다 더 엄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직장인 설문조사를 보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는 답이 많다. 회사에서의 관계는 한 번 어그러지면 회복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회사생활 자체가 엉망이 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사실 현대인들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터 사람들과 보낸다. 일터 생활이 편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환경이다. 일터가 삶의 절반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지 않은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되는 '가화만사성'이 통용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서 다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회사는 단순히 일하고 돈 벌고 생계를 유지하는 곳이 아니다. 또 다른 가정이며 그곳은 꿈과 보람과 행복이 있어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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