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는 지역 아이들에게 자기 고장의 역사·문화와 인물·자연을 알려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학교가 하지 못하는 빈틈을 찾아 메우는 작업이다. 지역의 특징과 장점을 찾아 현장에 가기도 하고 교실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들르는 학교에서 뜻깊은 기념물을 볼 때가 있다.

사천 정동초등학교에는 멋진 이순신장군상이 있다. 보통은 인물상만 덜렁 있지만 여기는 거북선도 한 척 있고 전투 장면 부조도 있다. 받침대 몸통에는 약력까지 적혀 있어 만든 이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약력 아래를 보았더니 제22회 졸업생 김장하가 1978년 4월 28일 기증했다.

김장하 선생은 돈을 많이 벌었으나 본인을 위하여 쓰지는 않았다. 대신 지역사회에 보람된 일과 가난하여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는 드러내지 않고 아낌없이 내놓았다.

1983년 진주 명신고교가 사립으로 어려울 때 기꺼이 운영을 맡아 많은 재산을 들여 정상화하더니 1991년에 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국가에 헌납한 사건은 아직도 비슷한 사례가 없다.

고성고등학교에 가면 '장학대(奬學臺)'가 있다. 1985년 재일본 고성인 육영회가 세웠는데 회원 예순다섯 분 이름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고국 향리에서 자라날 때 일제의 침략으로 농촌 생계가 형언할 수 없으리만큼 어렵고 배우려야 배울 수 없었던 그 숙한(宿恨)을 되새기면서 후진에게 다시는 그 쓰라린 전철(前轍)을 밟지 않게 하려는 일념에서 남녀 빈부를 초월하여 결집한 육영사업"의 결과가 1966년에 세운 이 학교라 한다.

재일본 고성인 육영회나 김장하에 대해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대체로 잘 몰랐다. 학생들 현장학습 소재로 삼으면 어떨까? 그러면 지역의 역사도 알 수 있다. 학교와 선배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은 덩달아 커진다. 더 나아가 자기 생에서 닮고 싶은 본보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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