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6일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또 유해·위험성이 큰 작업은 원칙적으로 도급을 금지하고, 도급노동자나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회사의 산재 책임을 강화하며, 위험한 화학물질을 국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도급·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하면 도급인이나 원청회사 대표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도급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는 2018년 도급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에서 법 개정 움직임이 비롯된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전면 개정이라는 정부의 자찬과는 달리, 바뀐 산업안전보건법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동법 시행령에서는 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는 사업을 건설업 등 46종으로 한정하고,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500명 미만은 안전관리자 1명 이상 두도록 했다. 해당 업종에 포함되지 않거나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은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안전관리자만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관리자 배치도 시행령에서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을 면제했다. 산업보건의도 원칙적으로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했고, 산업보건의 한 명이 담당하는 노동자를 최대 2000명으로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997년 2212명이던 재해 사망자는 2018년 2142명으로 제자리걸음이며,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에 따라 재해도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2018년 재해율은 전체 0.54%이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0.66%이다. 그런데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상시근로자 수를 비롯하여 유해 위험 정도, 사업 종류 등을 고려하여 법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열악한 처우의 노동자가 산업안전에 취약한 현실에 법률이 눈감고 있는 한 수많은 김용균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무늬만 개정이라는 비판을 불식하려면 재차 손질이 불가피하다. 경남의 2018년 재해율도 0.61%로 평균을 웃돌아, 법 틈새를 메우는 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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