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억제커녕 시장 관리 수준인 정책
현명한 투표로 토지공개념 실현하자

오는 4월 치러질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 서울 집값은 크게 오른 반면 지역은 하락하는 양극화를 초래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41.7% 올랐다.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까지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였다. 서울 투기꾼들의 작전으로 대전·광주·대구·세종도 10% 내외로 많이 올랐다. 영남 지역은 부산 -4.4%, 울산 -14.3%, 경남 -15.1%, 경북 -12.7%를 나타내며 하락했다. 여기에는 물론 제조업 위기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도 작용했을 것이다.

서울 집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집권 후 부동산정책을 18차례 발표했지만 '부동산 공화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시장을 적당히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의 투기적 행동에 뒤따라가는 방식이었다.

보유세 강화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한 결과 '똘똘한 한 채'로 투기 수요가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임대주택 등록제 시행도 등록임대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해 임대용 주택 매입을 부추겼다. 아주 찬 물을 끼얹어야 하는데 불을 끄기에는 미지근했고 일부는 투기꾼들에게 길을 열어준 셈이다.

여기에 경기회복에 별로 효과도 없는 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부추겼다. 민심은 싸늘하다. 12월 18일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7.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실정인 부동산정책을 공격해서 표심을 얻을 수 있을까. 한국당은 지난 16일 공급 확대, 규제 완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21대 총선 주택공약을 발표했다. 서울 도심·1기 신도시 노후 공동주택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청년·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고가주택 기준을 시세 9억 이상에서 공시지가 12억 이상으로 조정,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다. '문 정권의 반(反)시장 부동산 정책에 맞서 정상적인 시장기능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부동산투기에 기름을 부어 소수 고가 부동산 소유계층의 표를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지난 15일 발표한 총선공약 2호 주거·부동산 정책에서 계약갱신청구권 9년까지 확대, 물가상승 수준의 전월세상한제 도입, 주거 빈곤 청년 가구에 월 20만 원 수준의 주거 수당 지급, 장기 공공주택 공급, 1가구 다주택 중과세와 보유세 강화, 기업 비업무용토지 보유세 강화, 부동산펀드 특혜 폐지, 고위공직자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을 제시했다.

정의당의 주택정책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셈이다. 토지가 일반 상품과는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정책은 토지공개념에 기초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강화가 올바른 길이다. 소유 임대차 규제 강화, 불로소득 환수 강화로 부동산 소유자 지대 인상의 힘을 억제해야 주택 이용자, 임차자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주거비 상승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막아 대외적인 경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여야 정당 구도에서 정의당이 의석을 많이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표심 그대로 의석수 확보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지만 한국당은 위성정당 설립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투표로 부동산문제 해결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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