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지키기·이해 부족에
분권 개헌·자치법 개정 외면
"역사적 전환 기회 놓친 꼴"

국회에 대한 평가에는 항상 '최악'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지만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 평가는 더 야박합니다. 변화와 쇄신에 대한 기대가 더 컸지만 국회는 정당과 기득권 논리에 파묻혀 개혁의 흐름에 역행하고 국민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의 이념 전쟁터에 국민을 끌어들여 여론을 양극화하고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가량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대 국회를 평가하고 21대 국회에서 요구되는 쇄신에 대한 기대를 짚어봅니다.

김경영 경남도의회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지방자치분권과 관련해 20대 국회가 사실상 손을 놓은 걸 보고 있으면 '갑갑하다'고 했다. 요즘 유행어로 '고구마 10개(물이나 사이다 없이 고구마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하다는 뜻)!'

"1948년 대한민국정부 정부 수립 이후 지방자치가 도입됐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정권이 분단을 이유로 지방자치를 강제로 중단했습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을 건 단식으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했습니다. 물론 사실상 선거제도상의 지방자치제 수준이지만요. 이런 흐름에서 국회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지방분권 정부 개헌안을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 역사적 전환을 이룰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개헌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해 수도권과 중앙정부로 초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기 위한 헌법적 조치들이 담겼었다. 국회의 기득권 유지와 당리당략의 이해득실, 지방자치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의 결과로 개헌안 무산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언제까지 지방자치단체 역량 탓만 = 김 위원장은 이번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마저도 처리가 안 되는 점도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처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동의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더욱이 그 판단의 이면에 깔린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모든 소득과 경제력이 수도권에 쏠린 상황에서 정치가 중앙집중적인 인식과 결정을 이어나간다면 결국 지방은 소외·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소멸, 지방경제는 결국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겁니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분권을 해야 합니다. 이 점을 국회가, 국민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는 말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좋은 정책과 수행능력, 재정(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나마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개 재정분권 관계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문턱을 넘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연간 약 8조 5000억 원의 지방세가 확충돼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은 현행 78 대 22에서 올해부터 75 대 25로 개선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70 대 30으로 비율을 개선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60 대 40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김종대 창원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현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로는 지역민 요구와 지역특성에 맞는 균형발전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사무와 기능을 지방정부에 실질적 이양을 위한 관계부처, 지자체, 시·도교육청,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합니다. 협의체를 통해 지역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고 세원 불균형에 대한 보전장치 마련과 지방자율성 제고를 위한 지방소비세율 인상 및 지방교부세 보전을 위한 지방재정조정제도 개편이 필수적입니다. 재정자립도를 높이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김경영 위원장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조세 제도'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광역단위 지방세입 가운데 양도소득세는 주택시장의 변화에 따라 축소되는 문제가 있으며, 재산세를 재산 소유자 소재지가 아니라 재산의 소재지에 납부, 주세는 소비지역에 환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비에 지방비를 매칭하는 지방자치단체 자체 재정 편성권이 축소되는 점 등을 짚으며 지방교부세 확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선출직 공천권도 틀어쥐고 =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70% 이상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해왔고, 국회에도 '공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국회가 정당공천으로 말미암은 풀뿌리 자치의 근간 훼손,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여론을 외면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공천자 입맛에 맞는 의정활동이 지역민 바람과 동떨어지는 결과를 낳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역 정체성에 맞는 지역발전과 진정한 지방자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지방자치의 경험도 축적되었으므로 적어도 기초의원 선출만큼은 정당공천을 배제해 인물과 능력 위주로 지역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제도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영 의원은 "물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폐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공천제로 그나마 최소한의 후보검증과 비례대표 추천, 여성할당제 등 긍정적인 효력도 있기 때문에 정당공천제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만약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면 지역정당 건립,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대안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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