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무사히 마쳐, 종합 40위 아시아인 최고 성적

류명걸(38) 선수가 '한국인 최초 다카르랠리 모터사이클 부문 출전'·'한국인 최초 다카르랠리 모터사이클 완주'라는 두 가지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류 선수는 17일 오후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20다카르랠리에서 종합 40위를 기록했다. 이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아울러 이전까지 이 대회에 출전했던 아시아 선수를 통털어서도 가장 높은 순위다.(450cc)
 

2020다카르랠리 사우디아라비아 대회가 끝난 뒤 시상대에 오른 류명걸(왼쪽) 선수와 정주영 사진가가 태극기를 펼쳐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2020다카르랠리 사우디아라비아 대회가 끝난 뒤 시상대에 오른 류명걸(왼쪽) 선수와 정주영 사진가가 태극기를 펼쳐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류 선수는 대회를 마친 후 "너무나도 행복해서 뭐라고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극도로 좋으면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여기까지 올 수 있게끔 나를 물심양면 도와준 RYU27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류 선수는 "다카르랠리는 끝이 났지만 아직 저의 인생의 랠리는 끝이 나지 않았다. 지치지 않고 완주하겠다.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대회가 끝난 후 류명걸 선수가 완주 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대회가 끝난 후 류명걸 선수가 완주 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친 사막 약 7500km를 12개 구간으로 나눠 달린 이번 대회는 지난 5일 1구간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각 구간 대회는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약 500km~1000km를 달리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구간은 초장거리에다 도로가 없는 사막 코스가 대부분이어서 사고와 차량 고장이 줄을 이었다.
대회 중간인 7구간에서는  2015년 대회 준우승자였던 파울로 곤칼베스(40·포르투갈·히로 소속) 선수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숨지기도 했다.
또 2017년 대회 우승자였던 샘 선덜랜드(30·영국·KTM 소속) 선수도 경기 중 사고로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퇴장했다.
'지옥의 랠리'로 불리는 다카르랠리에서는 이 처럼 선수 부상을 비롯해 가혹한 주행에 따른 차량 고장 등 중도 탈락하는 팀이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는 기량을, 차량은 성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류명걸 선수가 2020다카르랠리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구간을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류명걸 선수가 2020다카르랠리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구간을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류 선수는 이 대회 첫 출전이었지만 평소 쌓은 기량과 2017·2019몽골랠리(몽골), 2018바하랠리(멕시코)에서 우승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일부 구간에서 코스 이탈로 패널티 시간을 부여받은 바람에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튼날 경주에서 곧바로 회복했다.
10구간에서는 경기 중 부상당한 선수를 도와주느라 시간을 까먹었는데 주최측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바람에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순위가 뒤로 많이 밀려났던 류 선수는 다음날 11구간 경주에서 앞서가던 선수 약 50명을 제쳐 지켜보는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다카르랠리 구간 중 류명걸 선수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정주영 사진가 태극기를 펼쳐 류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다카르랠리 구간 중 류명걸 선수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정주영 사진가 태극기를 펼쳐 류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류 선수는 마지막 날 결승선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한국인 최초 다카르랠리 모터사이클 완주자가 됐다. 류 선수가 우리나라 모터사이클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류 선수가 이룬 성과는 대형 후원업체를 구하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까지 출전을 강행해 이룬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류 선수가 타고 대회를 치른 허스크바나450랠리 모터사이클은 계약을 맺은 외국팀에서 빌린 것이다. 
결국 류 선수는 순위 보다 '완주'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대한 모터사이클에 문제가 생기면 경기 후 모두 변상해야 하는 우려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류 선수는 KTM·혼다·야마하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팩토리팀과 달리 개인자격으로 출전했다. 국내에서 류 선수 출전을 지원한 메인 스폰서는 국내 치킨업계 6위업체 '처갓집양념치킨'이다.

 

2020다카르랠리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을 달리는 류명걸 선수. /정주영 사진가 제공
2020다카르랠리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을 달리는 류명걸 선수. /정주영 사진가 제공

 

류 선수의 대회 출전 기획부터 대회 기간 현장에서 지원을 했던 정주영(39) 사진가는 "지난 2년 여의 도전이 끝이 났다는 것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과정자체는 언제나 아름답지 않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많았지만 결과가 좋았다는 것은 그러한 험난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라며 "이제 다시 또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류 선수와 정 사진가는 20일 오전 11시 귀국할 예정이다.

 

2020다카르랠리 경주가 끝난 후 류명걸 선수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정주영(오른쪽) 사진가가 주먹을 불끈 들어올리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2020다카르랠리 경주가 끝난 후 류명걸 선수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정주영(오른쪽) 사진가가 주먹을 번쩍들어올리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정주영 사진가 제공

 

한편 올해 대회에는 모토(모터사이클), 쿼드(4륜 모터사이클), 자동차, SSV(다목적오프로드차), 트럭 등 5개 부문에 342개팀이 출전했다. 모터사이클 부문에는 144팀이 출전했다. 이 중 브랜드 지원을 받는 팩토리팀은 1개팀에서 3~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 중에는 쌍용자동차 모터스포츠팀이 스페인 드라이버들과 엔지니어로 팀을 구성해 출전했다.
다카르랠리는 1979년 프랑스 파리~세네갈 다카르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회는 한 동안 이어지다가 아프리카 내전으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위험 때문에 경주 무대가 남미로 옮겨졌다.
지난해까지 남미에서 대회가 열렸지만 올해 대회부터 앞으로 5년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영 기자 joj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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