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아이디어 노트 인생책 꼽고 느낌 그려 전시
도내 동네책방 추천 도서들 주인 개성과 관심사 묻어나

친분 있는 동네책방 몇 곳이 참여를 했다기에 한 번 들러보자 싶었습니다. 지난 9일부터 3·15아트센터 제1∼3전시실에서 열리는 창원문화재단 2020년 겨울 방학 기획전시 북섬(Book Island)전입니다. 천천히 둘러보니 동네책방은 여러 전시 분야 중 하나네요. 방학 기획이니 아무래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이 중심입니다.

전시에는 그림책 작가, 글 작가, 미술 작가 23명과 동네책방 5곳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구성이 나름 괜찮습니다. 작가들이 쓴 책 이야기를 읽는 것도, 그런 생각을 표현한 그림들을 보는 것도 재밌네요. 그림책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 들러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둘러볼 수 있을 겁니다. 저와 함께 전시를 한 번 둘러보실까요.

▲ 전시를 찾은 어린이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는 모습. /이서후 기자
▲ 전시를 찾은 어린이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는 모습. /이서후 기자

◇책을 만나다 = 이 섹션은 그림 작가 9명이 추천한 자신의 '인생책'과 그 책에서 받은 느낌을 그린 회화 작품이 걸렸습니다. 예를 들어 조성정 작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란 책을 추천했는데요. 거의 20년 전에 출판돼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 된 책입니다. 우주 안의 작은 존재인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겼습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어릴 적부터 저는 생각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엔 그날의 일과 나의 행동들, 왜 그런 말들과 감정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것은 끝없는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중략) 우주는 이런 제 모습과도 같습니다. 빛과 어둠만이 가득한 그곳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히 채워져 있고, 우린 그곳을 두려워하면서도 동경하여 끝없는 질문들을 풀어나갑니다."

<백설공주>를 추천한 윤서희 작가는 책보다 그림이 더 재밌네요. 어릴 적에 처음으로 부모님께 선물 받은 책이랍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머리맡에서 읽어주셨다고 하네요.

원래는 그림 3점을 내려고 했는데, 1점이 팔려서 2점이 걸려 있습니다. 붉은 액자가 인상적인 그림들입니다. 특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그린 그림에 등장하는 일곱 난쟁이는 아이돌 가수 빅뱅이랍니다.

빅뱅은 5명인데, 자세히 보면 한 명을 뒤돌아 있어 얼굴이 안 보이고, 다른 한 명은 토끼입니다. 그러니 정확하게 5명의 얼굴만 나오도록 한 거죠.

▲ 북섬전 포스터. /경남도민일보 DB
▲ 북섬전 포스터. /경남도민일보 DB

◇책이 생각나다 = 여기는 그림책 작가 6명의 아이디어 노트와 책 속에 담긴 그림들이 걸려있습니다.

저는 특히 사카베 히토미 작가의 <외갓집은 정말 좋아!>란 책과 그의 그림 앞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멀리 바다 건너 외갓집, 엄마가 자란 그 집에서 엄마가 입던 옷을 꺼내 입고, 엄마가 놀던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동네를 산책하고, 잠자리를 잡습니다. 뜨거운 여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을 보물처럼 가끔 꺼내 봅니다."

일본 작가지만 어쩜 이렇게 어릴 적 추억이랑 비슷할까요. 특히 마루 문밖으로 얼핏 보이는 정원 풍경이나, 다다미 방에 장난감이랑 같이 널브러져 잠이 든 아이들 그림은 더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입니다.

▲ 김문주 작가가 마산어시장에서 본 검은 고양이를 소재로 쓴 <바다로 간 깜이>에 담긴 그림. /경남도민일보 DB
▲ 김문주 작가가 마산어시장에서 본 검은 고양이를 소재로 쓴 <바다로 간 깜이>에 담긴 그림. /경남도민일보 DB

◇책과 놀다 = 이 섹션은 그림책을 낸 글 작가 8명이 쓴 책과 책 속 그림을 포토존으로 꾸민 곳입니다. 가만히 훑어보다가 마산어시장 이야기가 나오는 게 있어 눈길이 멈췄습니다.

<바다로 간 깜이>란 책을 쓴 김문주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마산어시장에 다니면서 시장 상인들 속을 당당하게 누비는 검은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쥐가 눈앞에 있어도 잡지 않는 고양이에게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고, 주변 상인들의 사연도 들어보았습니다. 어시장에서 평생을 산 반똥가리 할매를 비롯해 여러 개성적인 인물의 모델을 찾았습니다. 어시장 사람들과 고양이, 그리고 바다를 어떻게 연결시킬까 고민하다가 전래동화인 별주부전이 떠올랐지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이 아닌 사람을 데리러 나온 고등어와 어시장을 누비는 검은 고양이 깜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림만 봐도 뭔가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싶은 그림책입니다.

▲ 북섬전에 전시된 책들. /이서후 기자
▲ 북섬전에 전시된 책들. /이서후 기자

◇책이 초대했다 = 동네책방 섹션은 2층 3전시실에 있습니다. 요즘에는 독립서점이란 말 대신 동네책방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독립서점은 큰 출판사나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책을 가져다 꾸민 작은 서점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서점은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그러니까 사람들이 즐겨 찾는 책을 중심으로 운영을 하죠. 반면에 동네책방은 주로 서점 주인이 좋아하는 책을 중심으로 운영을 합니다.

근데 워낙 주인의 개성에 따라 여행 책만 하는 분, 그림책만 하는 분, 아동서적만 하는 분 등등 천차만별이라서 정확하게 한마디로 이런 거다 하기가 쉽지 않고요. 그렇다고 영 특이한 책을 가져다 두는 건 아니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서점 하면 생각하는 그런 책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동네책방 섹션에는 그리너리(마산), 안녕 고래야(양산), 주책방(창원), 풀무질(서울), 생의 한가운데(김해) 5곳이 참여했습니다.

주책방이나 생의 한가운데는 지면에 소개가 됐었지요. 이 섹션에서는 동네책방들이 추천한 책 30∼40권이 전시돼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책방 주인의 개성에 따라 추천하는 책이 다들 제각각입니다. 예컨대 양산에 있는 안녕 고래야는 주로 그림책을 추천했고요, 마산에 있는 그리너리는 독립출판물이 중심입니다.

대학교 앞 사회과학서점에서 출발한 풀무질과 인문공간에서 시작한 생의 한가운데는 얼핏 추천한 책 느낌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주책방은 김달님 작가의 <나의 두 사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등 지역 작가 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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