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LG 현재 10개 팀 중 9위에
잇단 패배에 답답한 마음 토로
"기본에 충실한 팀 만들겠다"

15일 오후, 서울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현주엽 감독과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는 창원LG 라커룸. 한창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라킴 샌더스가 라커룸으로 돌아왔다.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과 호주머니에 담고 있던 스마트폰을 로커에 두고 다시 훈련에 나갔다. 특이하게도 샌더스 라커룸 박스에는 스마트폰이 2개 있었다. 하나는 원래 자신이 쓰던 아이폰이었고, 다른 하나는 LG 구단이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제공하는 LG G-7 폰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현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와서는 한참을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까닭은 현주엽 감독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전달하려는 뜻이다.

2018-2019시즌 LG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LG 구단 역대 성적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시즌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전반기 결산은 리그 10개 팀 중 9위다. 어떻게 이런 반전(?)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일단, 현주엽 감독은 고정 주전으로 쓸 만한 선수가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현 감독은 지난해 팀 감독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도 '수비, 수비, 또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오후 경기 전 인터뷰 시간, 현 감독에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수비를 강조하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농구 공부 더 해야겠네요"였다.

현 감독은 "현재 우리 팀 선수 중 다른 팀에 갔을 때 주전으로 뛸 선수가 거의 없다"며 "우리는 득점을 많이 해 상대를 이기려해서는 답이 없다. 어쨌거나 실점을 줄이면서 1점이라도 더 짜내는 데 승부를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LG 선수 중 다른 팀에 가더라도 주전으로 뛸 만한 선수는 김시래와 조성민 정도다. FA 보상선수로 군 복무 중 LG로 적이 옮겨진 서민수도 원주DB에서 식스맨으로 활약한 정도였다. 현 감독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붙박이로 30분을 뛰어줄 선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만큼 경기 중 선수 교체가 잦기도 했다.

이날 삼성과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현 감독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록지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경기 총평을 말하는 관행이 통하지 않았다. 답답해하던 기자 중 한 명이 "총평을 말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만에 입을 연 현 감독은 "우리는 편하고 좋은 것, 화려한 것 해서는 어느 팀에도 이길 수 없다"며 "수비부터 하고나서 리바운드를 잡겠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선수들은 하고싶은 것, 화려한 것에 매달린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 감독은 "최근 팀이 나아지고 있으니 선수들도 편하게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우리 팀 선수들은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정도가 아닌데 (우리 팀에서) 출전 기회가 많아지니 욕심도 많아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앞둔 현 감독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휴식기에 선수들과 많이 얘기하고 (수비를 강화할 수 있는) 훈련에 집중해 기본에 충실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현 감독.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지나고 오는 24일, 설 연휴 홈 경기에서 얼마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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